오늘은 다섯시에 일어나서 베도스의 말하기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시험을 보러 갔다.

난이도가 역대급이었던 것 같다. 일단 읽기는 항상 자신있는 부분이었는데 따레아 3에서 고생을 좀 했고 따레아 4도 그냥 문법만 보고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전체 문맥을 알아야 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몇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글이 그냥 사실전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삼촌에 대해 회상하는 수필이었는데 문학작품 읽기가 힘들었다.

듣기도 굉장히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작년에 강남에 있는 모 학원에 다니면서 연습했을 때도 선생님들이 수업 자료 녹음이 약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말은 또 왜 이렇게 빠름? 델레 준비하면서 남미쪽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는데 팟캐스트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었다. 따레아 4 헷갈리게 하는 것도 장난아니고... 게다가 녹음 파일 재생할 때 자꾸 문제가 생겨서 짜증이 났다.

쓰기는 잘 했는지 자신이 없다... 글의 수준을 높인다기 보다는 뻔해지더라도 대강 어색하지 않게만 쓰고 내가 아는 문법을 다 때려넣는 데에 중점을 두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채점하는 사람은 글이 왜 이따위냐고 생각할 것 같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시험 끝나면 엄청 홀가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치른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허무한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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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urso 8의 마지막 시험이랑 델레 말하기파트를 둘다 봤다.

마지막 시험은 그냥 에아핏에서 모든 코스를 마치기 전에 보는 시험(듣기/읽기/쓰기 혼합) 이었다. 듣기에서 한개 틀린거랑 문법부분에서 제대로 안읽고 성수일치 못한거때문에 눈물날뻔함. 진짜 왜이렇게 점수에 집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쓰기에서도 많이 틀려서 더 짜증났다. 정말... 내일도 그렇게 쓰면 안될텐데 한숨만 나온다.

그리고 델레 말하기시험은 오후 4시에 준비를 시작했다. 수업이 시험만 보고 틀린거 고치고 12시에 끝났기 때문에 테라스에서 점심먹고 커피마시고 죽치면서 4시간 있었다. 타지에서 보는 델레랑 외대에서 보는 델레가 다르다던데 확실히 분위기가 훨씬, 아니 백배는 더 부드러웠다. 외대에 델레 보러 가면 분위기 개 살벌한데... 뭔가 하기 싫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시험 보는 사람들을 준비방에 몰아넣고 20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델레보러 외대 간게 한두번이 아닌데 대부분의 시험이 애초에 정해진 시간에 딱 들여보내주질 않은듯) 한 15분 넘으면 대강 내보냈던걸로 기억한다. 여기선 음... 내가 간 시간에 베도스 준비방에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청 많은 사람들이 델레를 보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한 15명 있었으려나? 한국인도 한명 더 있었는데 이름을 슬쩍 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늦게 와서 낮은 반이거나 나보다 훨씬 더 높은 반에 있는 사람인듯. 

따레아 1의 옵션을 보는데 둘다 좀 힘들어 보였다. 하나는 제목에 아예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사진은 어떤 할머니가 가족들인지 뭔지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생일케익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제목에 있는 tercer edad인가 뭔가하는 단어가 뭔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propuesta에도 뭐 요양원이 어쩌고 하는 단어가 있고) 다른걸 골랐다. 자꾸 늦고 그러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전혀 생각도 못해본 주제... 게다가 따레아 2도 시발 주제들이 한개는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사진이고 다른거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따레아 2는 좀더 쉬워 보이는 친구와 여행을 고르려다가 이걸 하면 사진설명 후에 인터뷰어가 '너는 친구랑 해외여행해봤니?' 라는 질문을 할 게 불보듯 뻔하고 뭔가 이야기 지어내기도 애매해서 그냥 해고 통보 받은 직원 이야기 하기로 함... 따레아 1이 좀더 사회문제같은 주제에 대한 거였으면 좋았을텐데 나쁜놈들

어쨌든 종이에 열심히 대강 쓰고나서 말하는것도 조금 해보고 사진 묘사도 살짝 해보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어떻게 최대한 써먹을지를 짜맞추다 보니 금세 20분이 갔다. 그리고 나서 시험방으로 갔는데 코스 6에서 본(그때 너무 힘들었던) 선생님이 있었다. 흠... 뭐 그래도 이후에는 괜찮아진 것 같다. 둘다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냥 바로 시험 시작했다.

휴 근데 따레아 1부터 조금 버벅댐. 분명 종이에 중요한 점을 간추려 갔는데 입새끼가 혼자서 이상한 말을 내뱉고 난리였다. 그래서 이렇게이렇게 끌라우술라 뭐뭐 쓰고 여기서 꼰디시오날 쓰고~ 이런거 다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에피씨엔떼가 생각이 안나서 부에노 이딴 유치원생같은 단어만 쓴게 너무 후회가 된다. 미친 다시 생각하니까 욕나오네. 다시 생각해 보니까 뭔가 베도스 따레아 1의 경향이 점점 더 구체적이고 자잘한 상황으로 가면서 뭔가 뻔한 대답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의견들에 대해 말하고 나서 나한테 '니가 사장이면 상습지각하는 직원을 어떻게 다룰거냐, 니 생각에 어떤 사람들이 해고당할만한 것 같냐' 이런거 물어봤고 나는 내가 사장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니 직원과 대화해보고 출근시간을 조정하고 좀더 늦게 퇴근하라고 하던지 하겠고 동료들과 자꾸 싸우거나 자기 일을 제대로 안하거나,, 뭐 도둑질을 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대답하고 나서 '야근할 때는 추가수당을 줘야 하냐 아니냐' 이런 추가 질문들이 이어졌다.

따레아 2는 그래도 생각해둔 것의 80%쯤 말해서 다행이었다. 좀더 천천히 차분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대충 사무실처럼 보이는 방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 중이고 해고당한 남자가 전 직장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는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네염~~하면서 이야기했다. 주제들이 주제들이다 보니 계속 한국의 회사생활이나 야근, 부당해고 이런거 얘기해서 정말 힘들었다. 인터뷰어는 나한테 콜롬비아 오기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왔냐 짤린거냐, 한국에서는 해고 시에 퇴직금을 줘야하냐, 관련법이 있냐 그런거 물어봄. 

따레아 3은 스페인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스페인 사람들이 실천하는 환경보호 방법에 대한 것들이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한국인들이랑 비슷한 점은 전기차를 거의 이용 안한다는 것과 재활용을 많이 한다는거네염~~ 그래도 전기차 판매가 좀더 쉬워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것같아염~~ 하고, 그 다음엔 인터뷰어가 '너는 재활용 자주 하니?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재활용을 하니? 한국인은 콜롬비아인들에 비해 환경보호에 더 노력하는 것 같니?' 뭐 이런 질문들을 했다. 따레아 3을 제일 스무스하게 한 것 같다. 이걸 더 오랫동안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그리고 나서 만원버스에 껴서 힘겹게 집에 와서 씻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일기를 쓰고 있다. 내일 시험보고 나서는 네바도나 한잔 마시고 아님 오비에도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가 선물도 사고 커피도 좀 사고 와야겠다. 

걱정머신답게 16일 아침 6시에 나가기로 했는데 그시간에 우버가 안 잡히면 어떡하지, 우버 안 잡혀서 택시 잡아야 하는데 택시가 안 잡히면 어떡하지, 어떻게 택시 탔는데 택시강도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별 미친 생각들이 다 든다... 공항택시는 (상대적으로)너무 비싸서 되도록이면 공항버스나 꼴렉띠보 타고 싶은데. 방금 우버 앱을 들여다 보다가 예약이 있길래 시도해 봤는데 거지같은 우버앱이 자꾸 오류를 일으키고 두번 이상 시도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결제수단(내 카드)에 문제가 생겼다는 개똥같은 소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예약을 못 하게 했다. 거지같은 새끼... 콜롬비아 뜨는 순간 너는 앱 삭제다 시발.

이제 내일 아침에 읽기와 듣기, 쓰기 시험만 보면 끝난다. 음... 듣기가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쓰기 주제도 좀 쉬운걸로 나오길 바란다. 오늘 본 따레아1 같은 거 말고 시발. 말하기가 끝나고 나서 모니카 표정을 보니까 내가 그래도 회생불가능할 정도의 점수를 받은 건 아닌 거 같았다. 못해도 13점 정도만 나와 줬으면 좋겠다. 나머진 어떻게 듣기에서 메꾸게... 제발... 쪠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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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urso 8의 중간시험으로 글쓰기와 말하기 테스트를 했다. 글쓰기는 한시간에 400자(왜 이렇게 길게 줬는지 모르겠다. 델레 쓰기시험 대비하는 겸 하라는 뜻에서 따레아 두개 합친 분량을 준 것 같긴 한데) 로, 어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망명신청을 한 사람에게 조언하는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 후에 이어진 말하기 테스트는 딱 델레 베도스의 따레아 1과 똑같았다.

쓰기는 집에 오면서 되짚어보니까 실수한게 두어개쯤 생각이 나고(또 성수일치다. 진짜 미치겠네)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할 만큼으로는 쓴 것 같다. 주제 자체가 너무 생소한 거여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냥 하다 보니 됐다. 근데 말하기 시험은 무슨 자신감인지 메모를 안하고 그냥 무슨 이야기를 할지 마음 속으로 짚어보고만 들어갔더니 막상 이야기 할 때는 미리 생각해 뒀던 고급어휘들이 기억이 안나서 못 써먹었고, 돌이켜봐도 단어들을 다양하게 사용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결론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게 끝났다. 젠장. 역시 금요일에 시험 볼 때는 메모를 간단히라도 하고 들어가는 게 낫겠다..

아 그리고 까밀로가 말했는데 글쓰기에서는 열심히 했지만 말하기에서는 소홀해져버린 것 -> 아는 것을 최대한 사용할것. 그래도 클라우술라 데 피날리닫이랑 클라우술라 아드헤띠바는 쓰긴 했는데 꼰디시오날을 제대로 안써서 너무 아쉽다. 마지막 한마디에서 푸에라를 썼어야 하는데. 뭐 어쩌겠어. 이걸 바탕으로 델레시험을 잘 보는게 더 중요하다.

어쨌든 시험을 다 보고 오는 길에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큰 시험이든 작은 시험이든 간에 시험이 끝났기 때문에... 근데 살고 있는 빌딩에 들어왔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스페인어 알아듣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열쇠가 없는 사람들이 몇명 있는데~ 어쩌고 하면서 말을 하는데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아저씨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문 잘 잠그고 다니라는 거였던거 같은데... 모르겠다. 슬프다. 진짜 끝이 없다. 한국 학원에서 배운 스페인어와 현지에서 배운 스페인어가 다르고 현지 라디오에서 말하는 스페인어와 진짜 현지인이 쏼라쏼라하는게 또 다르다. 지금까지 공부를 헛한 것 같아서 실망스럽다는 감정이 들어 놀랐고 기분이 안좋았다.

이제 수업은 3번만 더 들으면 된다. 휴 시험이고 나발이고 얼른 한국가서 바닐라 티라떼랑 기욤 케이크 퍼먹고 싶다... 작은 실패에도 이렇게 우울한 감정이 커지는게 너무 싫고 나는 왜 이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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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시험이 끝나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항상 시험을 앞둔 상태로는 공부하지 않는 매분 매초 마음속에 부채가 쌓인다. 

숙제 때문에 farc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사회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담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데 새삼 콜롬비아가 아직도 내전이 일어나고 반군과 다른 여러 무장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건 유튜브에 이런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하는 동영상이 많이 있는데 다수의 인터뷰이가 원주민 혈통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이 사람들이 무장혁명군이 멋져 보여서 그냥 반군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지원(특히 치안)이 거의 닿지 않는 가난하고 저개발된 지역에서 농사짓고 살다가 근처 밀림에 숨어있는 군인들에 의해 어렸을 때에 납치되거나 아니면 이래저래 이해 관계에 의해 가족들이 우익 무장단체에 의해 다 죽어서 복수하려고 farc에 들어가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반군에 들어가도 더 가혹한 삶을 견뎌야 하고, 십몇년동안 거의 성노예처럼 학대당하다가 탈출한 피해자들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사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문제가 6.25전쟁 동안 한국의 평범한 촌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이랑 너무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군이 올라오면 국군 편을 들어야 하고 다시 중공군과 인민군이 내려오면 이번에는 인민군 편을 들지 않으면 죽임당하고 했던 그런 것들... 울창한 밀림에 숨은 무장혁명군과 그들과 코카 재배의 이권을 놓고 싸우는 마약 밀매 갱단들 그리고 민초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부패한 주 정부 사이에서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한가운데에서 farc와 갱단의 싸움에 휘말려 가족들이 모두 죽어버린 8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더 마음아픈 것은 이렇게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족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farc에 들어가거나, 혹은 납치당해 어쩔 수 없이 반군 생활을 하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사회와 격리되어서 살게 되기 때문에 반군에서 도망쳐 나오더라도 재사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소위 말하는 ex-guerillero에 대한 사회나 타인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지를 farc나 갱단에 잃은 경험이 있기에, 최선의 방법은 이런 식으로 사회에 돌아오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고 재사회화 확률을 높이는 것임을 안다 해도 모두가 이런 개인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여기 와서 편견 없이 사회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내 스페인어가 그정도로 좋지 않기도 하고) 이 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못했다. 

아 하이로가 보라고 했던 영화-los colores de la montaña-를 봤으면 발표거리가 더 늘어날 수 있었을텐데 보기가 귀찮다. 유튜브로 긴 영화를 보는건 끔찍한 일이다. 스페인어는 다른 로망스어에 비해서 발음이 더 딱딱하고 쉬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동자막은 왜 그모양 그꼴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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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세는 게 무의미해진 느낌이 든다. 다음주 금요일이 말하기 시험이고 이제 6일남았네. 이번 코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점점 더 힘겨워진다. 아니면 그냥 코스 자체가 별로라서 그런 걸까? 에아핏 스패니쉬 클래스가 코스 8부터는 좀 산만해지고 정신없어진다는 글을 네이버에서 본 것 같다. 확실히 산만해짐... 이전 클래스까지는 꼭 필요한 시제들을 차근차근 배웠으니까 수업에 큰 줄기가 있고 하나하나 따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8레벨 부터는 고구마 줄기 뻗듯이 사방으로 이것저것 깔짝이는 느낌이 든다. 일단 cláusulas자체가 좀 정신이 없다. 내 머릿속엔 이미 para의 사용법이 정리되어 있는데 갑자기 cláusula de finalidad 를 배우면서, 그것도 계속 subjuntivo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근데 클라우술라 데 피날리닫은 꼭 접속법만 쓰는 건 아니야^^ para도 클라우술라 데 피날리닫임ㅎㅎ'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이미 내가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던 여러 가지 접속사들을 새로운 범주에 자꾸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그게 좀 힘들다. 그리고 이건 솔직히 좀 유치한 이유이긴 하지만 뭔가에 대해 질문해놓고 대답하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이건 어떤데? 하고 자꾸 물어보는 방식도 싫다. 내가 대답한 것들까지도 다 틀렸다고 하는 것 같다. 

에아핏 선생님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긴 하지만 다섯명의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느낀 건 역시 모든 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거다. 처음 남미에 유학을 계획했을 때 가장 먼저 읽은 포스트가 에아핏을 매우 좋은 곳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학교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음ㅎㅎ..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긴 하다. 내돈 내고 배우면서 아깝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거지같은 일을 겪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무척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되고... 근데 만약 나한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더 있었어도 9레벨을 듣는 건 고려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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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8을 듣고 있다. 이번 선생님은 에아핏 이디오마 센터에서 흔치 않은 젊은 남자인데 석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 어릴 수도 있겠다. 어쨌든 수업의 수준이... 디아나 선생님은 쉽게 가르치는 편이었는데 까밀로의 수업은 뭐랄까 어학원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대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뭐 까밀로의 스타일도 나쁘진 않은데 나는 영어를 계속 듣고 말하면서 중간에 틀리면 그때그때 고치는 식으로 배워서 그런지 이렇게 본격적으로 언어학 수업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조금 힘겹다. 물론 콜롬비아에 머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런 방법도 괜찮다. 게다가 당장 델레시험이 일주일 남았으니까 실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나에겐 더 도움이 되겠지만... 첫날에 괜히 델레 얘기를 했는지 까밀로가 자꾸 시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수업을 하려고 한다. 고맙긴 한데 나는 습자지멘탈이라 조금 틀리더라도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게 정신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편인데 내가 뭘 못하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면 자신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오늘도 글쓰기를 했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슬펐다. 씨발 그런 실수라는 것도 진짜 기초적인 preposiciones 빼먹고 OD랑 ID 헷갈리고 단순과거랑 불완료과거 바꿔 쓰고 그런 거라 더더욱 짜증이 난다. 아휴 그래도 짜증만 내고 끝내지 말고 다음 글쓰기 할 때 배운 건 다 써먹고 같은 실수를 안 하게 조심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지...

포어 배우고 싶다. 서어 듣기 한다고 넷플릭스에서 무슨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남미의 동물들에 관한 거라 그런지 브라질 사람들이 자주 나왔다. 뭔가 서어랑 비슷하면서도 발음이 더 부드럽고 그래서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아 배우고 싶은 건 많은데 인생이 너무 짧다. 요새 너무 스페인어만 해서 뇌도 너무 쉽게 지치는 것 같다. 뭔가 다른 걸 해서 좀 뇌를 식히고 싶은데. 한국 갔다가 프랑스에 워홀을 가면 그동안 불어가 확 늘지 않을까? 중국에도 가고 싶고...... 돈이 많아서 이곳저곳에 공부나 하러 다니면 좋겠다. 

델레시험 보고 나서 한국에 가는 건 좋은데 한국 돌아간 2주 후에 떠나는 유럽여행이 걱정이다. 관광객 많은 도시로만 가서 인종차별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 메데진 살면서도 치나 소리 듣느라 많이 짜증났지만 유럽은 더할 거 같다. 게다가 폭염까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빠는 무슨 생각으로 유럽 자유 여행을 계획한 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닐 테고 엄마가 가고 싶어 하니까(혹은 큰아빠가 자꾸 유럽여행 타령 해서) 그런 것 같은데 나는 이제 가족끼리 뭘 하는 게 너무 지겹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부모님이 항상 그랬듯이 나나 동생의 의견이나 기분은 안중에도 없고(아빠는 벼락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뭘 할 때 내 의견을 묻는 일은 없을듯) 그냥 본인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가는 거니까. 근데 나는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있을 수 있는 모든 골치아픈 일들,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일상 생활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치던 일들이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극대화되고 그 와중에 평소엔 참고 넘어가던 사람들도 더 자극되어서 더 큰 다툼으로 번질 게 뻔한데. 가족들 모두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몇명이 책임을 지고 몇명은 따라다니기만 하는 여행이라면 서로서로 각자의 부담감과 불편함을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평생 남 생각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우리 가족들이 그런게 될 리가 없지. 그냥 2주동안 어디 중학교 수련회 간다고 생각하고 다녀와야 한다. 가서 아무런 이득도 없고 몸고생과 마음고생만 죽도록 할 게 뻔한 수련회...... 아 진짜 싫다. 정말 끔찍하다. 

으 시험도 부담스럽고 유럽여행도 부담스럽고 한국가서 HSK도 준비해야 하는데 델레때문에 걱정이 되어서인지 일정들을 봐도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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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국까지 15일 남았다. 한국 갈 날이 얼마 안 남은 것+델레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고 놀고만 싶다. 아 아무 걱정없이 아이스 바닐라 라떼 들고 야구장에나 갔으면 좋겠다.

콜롬비아는 오늘도 휴일이다. 날씨도 좋고...... 다만 어제 저녁에 부엌에서 바퀴벌레를 만나서 너무 놀랐다. 음식물 쓰레기도 비닐에 깨끗이 싸서 냉장고 안에 보관했는데 왜 바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가스통 뒤에 있는 벽에 뚫린 구멍에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침엔 치약으로 부엌 청소를 했다. 여기서 어차피 2주면 나갈 거지만 그래도 바퀴가 있는 건 싫다. 바퀴의 흔적이 있는 것 조차도 싫으니까. 

작년에 한국에서 시험 봤을 때도 말하기를 제외하고서는 힘들이지 않고 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비록 점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게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왜 이렇게 긴장이 되고 겁이 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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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코스 7도 끝났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제 델레시험이 2주 남았다. 말하기는 금요일 오후에 보고 토요일 오전에 읽기와 듣기, 쓰기 시험을 본다. 읽기나 쓰기는 이제 좀 자신있는데 듣기는 아직 걱정이 되고 말하기는 한국에서 본 델레 시험들 때문에 트라우마 생긴 것 같다...... 무서워

나는 분위기를 너무 많이 탄다. 시험장이라는 공간 안에만 있으면 원래 내 능력의 반밖에 못 쓰는 것 같다. 에아핏에서 시험을 보면 인터뷰어가 어학당 선생님 중 한 사람이니까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지겨운 건 여전하다. 뭔가 설레는 게 없다.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걸까! 근데 한국에서 매일 운동했을때도 지겨운 날엔 엄청 지겨웠었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성취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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