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시험이 끝나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항상 시험을 앞둔 상태로는 공부하지 않는 매분 매초 마음속에 부채가 쌓인다. 

숙제 때문에 farc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사회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담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데 새삼 콜롬비아가 아직도 내전이 일어나고 반군과 다른 여러 무장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건 유튜브에 이런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하는 동영상이 많이 있는데 다수의 인터뷰이가 원주민 혈통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이 사람들이 무장혁명군이 멋져 보여서 그냥 반군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지원(특히 치안)이 거의 닿지 않는 가난하고 저개발된 지역에서 농사짓고 살다가 근처 밀림에 숨어있는 군인들에 의해 어렸을 때에 납치되거나 아니면 이래저래 이해 관계에 의해 가족들이 우익 무장단체에 의해 다 죽어서 복수하려고 farc에 들어가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반군에 들어가도 더 가혹한 삶을 견뎌야 하고, 십몇년동안 거의 성노예처럼 학대당하다가 탈출한 피해자들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사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문제가 6.25전쟁 동안 한국의 평범한 촌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이랑 너무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군이 올라오면 국군 편을 들어야 하고 다시 중공군과 인민군이 내려오면 이번에는 인민군 편을 들지 않으면 죽임당하고 했던 그런 것들... 울창한 밀림에 숨은 무장혁명군과 그들과 코카 재배의 이권을 놓고 싸우는 마약 밀매 갱단들 그리고 민초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부패한 주 정부 사이에서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한가운데에서 farc와 갱단의 싸움에 휘말려 가족들이 모두 죽어버린 8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더 마음아픈 것은 이렇게 뭣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족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farc에 들어가거나, 혹은 납치당해 어쩔 수 없이 반군 생활을 하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사회와 격리되어서 살게 되기 때문에 반군에서 도망쳐 나오더라도 재사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소위 말하는 ex-guerillero에 대한 사회나 타인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지를 farc나 갱단에 잃은 경험이 있기에, 최선의 방법은 이런 식으로 사회에 돌아오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고 재사회화 확률을 높이는 것임을 안다 해도 모두가 이런 개인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여기 와서 편견 없이 사회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내 스페인어가 그정도로 좋지 않기도 하고) 이 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못했다. 

아 하이로가 보라고 했던 영화-los colores de la montaña-를 봤으면 발표거리가 더 늘어날 수 있었을텐데 보기가 귀찮다. 유튜브로 긴 영화를 보는건 끔찍한 일이다. 스페인어는 다른 로망스어에 비해서 발음이 더 딱딱하고 쉬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동자막은 왜 그모양 그꼴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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