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8을 듣고 있다. 이번 선생님은 에아핏 이디오마 센터에서 흔치 않은 젊은 남자인데 석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 어릴 수도 있겠다. 어쨌든 수업의 수준이... 디아나 선생님은 쉽게 가르치는 편이었는데 까밀로의 수업은 뭐랄까 어학원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대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뭐 까밀로의 스타일도 나쁘진 않은데 나는 영어를 계속 듣고 말하면서 중간에 틀리면 그때그때 고치는 식으로 배워서 그런지 이렇게 본격적으로 언어학 수업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조금 힘겹다. 물론 콜롬비아에 머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런 방법도 괜찮다. 게다가 당장 델레시험이 일주일 남았으니까 실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나에겐 더 도움이 되겠지만... 첫날에 괜히 델레 얘기를 했는지 까밀로가 자꾸 시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수업을 하려고 한다. 고맙긴 한데 나는 습자지멘탈이라 조금 틀리더라도 그냥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게 정신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편인데 내가 뭘 못하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면 자신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오늘도 글쓰기를 했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슬펐다. 씨발 그런 실수라는 것도 진짜 기초적인 preposiciones 빼먹고 OD랑 ID 헷갈리고 단순과거랑 불완료과거 바꿔 쓰고 그런 거라 더더욱 짜증이 난다. 아휴 그래도 짜증만 내고 끝내지 말고 다음 글쓰기 할 때 배운 건 다 써먹고 같은 실수를 안 하게 조심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지...
포어 배우고 싶다. 서어 듣기 한다고 넷플릭스에서 무슨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남미의 동물들에 관한 거라 그런지 브라질 사람들이 자주 나왔다. 뭔가 서어랑 비슷하면서도 발음이 더 부드럽고 그래서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아 배우고 싶은 건 많은데 인생이 너무 짧다. 요새 너무 스페인어만 해서 뇌도 너무 쉽게 지치는 것 같다. 뭔가 다른 걸 해서 좀 뇌를 식히고 싶은데. 한국 갔다가 프랑스에 워홀을 가면 그동안 불어가 확 늘지 않을까? 중국에도 가고 싶고...... 돈이 많아서 이곳저곳에 공부나 하러 다니면 좋겠다.
델레시험 보고 나서 한국에 가는 건 좋은데 한국 돌아간 2주 후에 떠나는 유럽여행이 걱정이다. 관광객 많은 도시로만 가서 인종차별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 메데진 살면서도 치나 소리 듣느라 많이 짜증났지만 유럽은 더할 거 같다. 게다가 폭염까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빠는 무슨 생각으로 유럽 자유 여행을 계획한 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닐 테고 엄마가 가고 싶어 하니까(혹은 큰아빠가 자꾸 유럽여행 타령 해서) 그런 것 같은데 나는 이제 가족끼리 뭘 하는 게 너무 지겹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부모님이 항상 그랬듯이 나나 동생의 의견이나 기분은 안중에도 없고(아빠는 벼락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뭘 할 때 내 의견을 묻는 일은 없을듯) 그냥 본인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가는 거니까. 근데 나는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있을 수 있는 모든 골치아픈 일들,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일상 생활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치던 일들이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극대화되고 그 와중에 평소엔 참고 넘어가던 사람들도 더 자극되어서 더 큰 다툼으로 번질 게 뻔한데. 가족들 모두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몇명이 책임을 지고 몇명은 따라다니기만 하는 여행이라면 서로서로 각자의 부담감과 불편함을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평생 남 생각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우리 가족들이 그런게 될 리가 없지. 그냥 2주동안 어디 중학교 수련회 간다고 생각하고 다녀와야 한다. 가서 아무런 이득도 없고 몸고생과 마음고생만 죽도록 할 게 뻔한 수련회...... 아 진짜 싫다. 정말 끔찍하다.
으 시험도 부담스럽고 유럽여행도 부담스럽고 한국가서 HSK도 준비해야 하는데 델레때문에 걱정이 되어서인지 일정들을 봐도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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