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배울 점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서 싫은 사람들한테 웃으며 네네하는 법만 배우는 중이다.

외국어는 한 마디도 안 쓰고 있고, 고졸 경리가 하는 업무 하면서 최저 임금 받고 일한다. 매일 아침 눈 뜨는게 두렵고, 여덟 시간 내내 단 1분도 쉬는시간 없이 컴퓨터를 들여다보면 눈이 폭발할 것 같고, 퇴근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처리할 쌓인 업무 생각에 진저리가 난다. 고작 3개월 일했는데 일이 잘 되면 당연한 거고, 삐끗하는 일이 생기면 내 잘못이고, 선임 기분에 맞춰서 행동하고, 점심시간엔 관심 없는 사람들의 tmi 들으면서 열심히 맞장구치고...

나 여기서 왜 이러고 있을까...

이것저것 자격증 공부는 하는 중인데 요새 관광 쪽 일은 힘들테니 관통사 자격증에 회의도 들고 업무 적응하느라 중국어 공부는 손도 못 댔다. 일단 물꼬를 터야 뭔가 할 수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도 모른다. 앞길이 너무 캄캄하다. 누군가 조언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hsk 4급과 기타 등등  (0) 2019.12.09
10/24  (0) 2019.10.24
베도스 합격과 무역영어  (0) 2019.09.22
8/27  (0) 2019.08.27

전부터 중국어도 조금씩 배워 왔기에 실력 점검 차 11월에 처음으로 HSK 4급 시험을 봤다. 운이 나쁘게도 시험 사흘 후에 어느 공기업의 인턴면접도 잡혀 버려서 시험공부는 사실상 하지 못했다. HSK 성적은 당장 필요한 것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준비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면접 연습에 써 버렸기 때문에 시험접수비가 아깝지만 경험을 해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갔다.

4급은 '그나마' 봐줄 만 한 정도긴 해도 큰 경쟁력을 갖지는 못하는 급수라고 들었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놀라웠다. 6급을 치러 온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긴 했다. ibt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답안을 연필로 작성해야 했다면 나는 평생 이 시험에 합격을 하지 못할 거다. 내 좌석이 맨 앞줄이라서 조금 신경질이 났다. 나는 별다른 이유 없이 시험장에서 맨 앞줄에 앉는 것이 싫다. 시험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미리 시험지 제출을 한다 해도 시험장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는데 그렇다면 뭐 하러 그런 커다란 제출 버튼을 만들어 두었냐는 것이었다.

시험을 보면서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어려웠던 거지. 사실 시험준비는 거의 안했고 듀오링고 중국어의 모든 예문을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학습한 것(모든 파트가 금색 동그라미로 채워지도록)과 인천사이버교육센터에서 회화중국어 수업을 몇 개 들은 것 뿐이었다. 인천사이버교육센터는 다양한 언어의 초-중급 수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초보 외국어 학습자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지만 고칠 점도 상당하다. 내가 꼽는 첫 번째는 중국어 강의의 일부가 플래시로 되어 있어서 동영상을 보려면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스플로러와 플래시가 아직 사용되는 곳이 있다...... 인천사이버교육센터에서는 HSK 대비 강의도 제공하는데 역시 플래시를 사용해 시청해야 한다. 플래시가 짜증나서 인강을 많이 못 들음. 

그리고 읽기 파트에서는 시간이 부족할까봐 굉장히 조바심을 내면서 풀었다. 다행히도 어려워서 넘어간 문제를 다시 볼 시간은 있었다. 쓰기 파트에서는 세 살짜리 아이마냥 작문을 하고... 지금도 내가 작성한 답안을 다시 떠올려 보면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면접 때문에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성적을 확인해 봤다. 예상 점수는 세 파트 모두 40점대였는데 놀랍게도 각각 70점대로 합격을 했다. 면접에서는 떨어졌기 때문에 시험에라도 붙어서 조금 기분이 좋았다. 면접에 붙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서 이 김에 내년 봄까지 5급을 공부해서 시험을 보기로 함. 사실 면접이 스페인어와 관련된 직무였기 때문에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이후에 있을 일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기억을 잘 갈무리해두어야겠다. 

요즘은 알바를 병행하면서 해 오던 대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 봄에 델프를 볼 생각이고, HSK5급도 볼 거고, 또 구호단체에서 편지 번역 봉사를 하고 있는데 내가 맡은 분야는 스페인어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저쪽의 착오로 포르투갈어 편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카드 번역이 뭐 어렵겠는가 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면서 번역을 했다. 그런데 스페인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포르투갈어도 조금씩 공부해 보고 싶다. 특히 발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빠져들게 된다.

마음으로는 번역 쪽으로 어떻게든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맞는 걸 알지만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까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전혀 상관없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본다던지... 근데 그러면 안 되겠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되는 직장 생활 중  (0) 2020.05.05
10/24  (0) 2019.10.24
베도스 합격과 무역영어  (0) 2019.09.22
8/27  (0) 2019.08.27

무역영어는 다행히 합격을 했다. 더 잘 본 것 같은데 점수가 생각보다 낮은 것이 아쉽지만 그것 빼곤 괜찮다. 컴활2급도 열심히 시험을 보고 발표만 기다리고 있고... 2급이 생각보다 쉬웠기 때문에 1급도 볼 생각이다. 1급과 2급의 난이도는 천지차이라지만 어려울 거 알고 준비하는 거니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올해 관통사 시험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알바도 구했다. 일하는 곳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힘들어서 앉아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뭐 보람있는 일이니까. 

바쁘긴 한데 아직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요즘의 고민이다. 너무나 흔하디 흔한 고민... 그리고 빡빡한 일정을 보내면서 만족스럽게 휴식을 취할 방법도 없다는 점도. 갖고싶은 것도 없고(하지만 필요한 건 많고)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끼자니 돈이 아깝고 드라마도 안 보고 음악도 안 듣고 책도 안 읽고 영화도 뮤지컬도 안 보고 있으니까. 남자친구는 일주일에 한번 보기가 힘들고.. 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사는지에는 다 이유가 있긴 하지만 가끔은 그런 걸 다 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요새 가끔 재미있게 하는 건 방 정리다. 공간을 깔끔하게 만드는 게 재미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되는 직장 생활 중  (0) 2020.05.05
hsk 4급과 기타 등등  (0) 2019.12.09
베도스 합격과 무역영어  (0) 2019.09.22
8/27  (0) 2019.08.27

저번 포스트를 쓸 때는 베도스 시험 결과를 알기까지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8월 29일 저녁에 인스띠뚜또 세르반떼스에서 메일을 받아버림... 메일을 확인하고 첨부된 파일을 열기까지 심장이 얼마나 거세게 뛰던지. 

합격 메일과 불합격 메일은 메일의 첫 문장이 조금 다르다. (내 경험상)합격 메일은 에스띠마다 ~~, 어쩌고 하는 식이고 불합격메일은 수신자를 호명할 때 좀 더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받았을 때 첫마디부터 확인했는데 전자와 비슷했기에 보자마자 조금 안심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걸로 판별을 할 순 없으니까 엄지 손가락을 떨면서 첨부 파일을 열었고 다행히도 합격을 확인했다.

특이한 점은 읽기는 언제나 잘 했으니 넘어가고, 쓰기에서 점수를 꽤 잘 받았다는 점이었다. 역시 어떤 종류의 평가 기준이랄까, 비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기준같은 건 모른 채로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특히 내가 아는 B2수준 문법을 다 욱여넣기, 오디오 들은 내용 어떻게든 끼워넣기, 문맥상 자연스러움에 집착하지 않기 등) 내가 한 노력들 중에 평가 기준에 들어맞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싶다. 좀 아쉬웠던 점은 듣기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던 것이다. 말하기도... 듣기 그정도로 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ㅡㅡ

어쨌든 델레 베도스에 합격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오늘(9/22)은 4주간 공부한 무역영어 시험을 보러 다녀왔다. 아참, 8월 말에 본 토익 시험 점수도 나왔는데, 그 때 시험치고 나서 여기에 쓴 대로(930은 넘어야 하지 않겠나 웅앵) 930은 넘었는데 확 넘지 않아서 아쉽다. LC는 한문제 빼고 다 맞았는데 RC에서 생각보다 많이 틀려서 짜증이 났다. 도대체 어디서 틀린 건지...?? 문법이 발목을 잡은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 그놈의 전치사 같은 것들이 문제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오늘 수서로 가서 시험을 봤다. 어제 기출을 풀면서는 너무 짜증이 났는데 2018년 2회, 3회 기출에서 특히 막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 불안하지만... 으 너무 불안하다. 경험상 이렇게 슥슥 풀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건 토익뿐이었다. 남는 시간에 헷갈리는 문제들에서 고민을 하느라 수험표 뒤에 답을 써오지도 못해서 정답을 맞춰볼 수도 없다. 으 오늘 시험은 그냥 잊어버리고 서어 번역연습에나 힘써야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되는 직장 생활 중  (0) 2020.05.05
hsk 4급과 기타 등등  (0) 2019.12.09
10/24  (0) 2019.10.24
8/27  (0) 2019.08.27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할아버지 장례식도 치르고 가족여행으로 유럽에 다녀오기도 하고 배우고 싶던 복싱짐에도 등록해서 다니는 등 바쁘게 지냈다. 이제 알바도 구하고 싶고 번역경험도 쌓으면서 번역을 하고 싶다. 이틀 전(8/25)에는 토익을 보러 다녀왔다. 한 5년 전인가에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공부 하나도 안 하고 갔는데 쉬웠고 다만 밥을 안 먹고 갔더니 리딩파트에서 뒤로 갈수록 당이 떨어져서 지문을 못 읽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아침을 잘 챙겨 먹고 갔다. 이번 시험도 마찬가지로 공부는 커녕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갔고... 마킹을 마지막에 했는지 듣고 바로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서 리스닝 파트 3 초반에 조금 허둥거렸던 것만 제외하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델레에 비교하면 하품나올 정도...는 과장이고, 체감상 점수가 930이상은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인터넷에서 시험 친 사람들이 불평한 것처럼 직업이 영화 감독인지 의상 디자이너인지 하는 문제에서 조금 고민했던 기억이 나고... 나머지는 괜찮았다.

어제는 무역영어 책을 샀다. 9월 넷째 주 일요일에 시험이 있던데 한달 조금 안 되는 기간동안 열심히 해서 붙을 생각이다. 전부터 무역영어 자격증은 따야겠다고 마음먹긴 했지만 어제 막상 책을 주문하면서 든 마음은 내가 아직도 중구난방으로 좋아보이는 것은 무조건 다 하고 봐야겠다는 좀 답없는 태도를 가진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 직무나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고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 조금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어떤 일만 할거다!' 하는 건 전혀 없다. 내가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 일이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나. 그런걸 다 알고 지원하는 지원자는 얼마나 될 거며...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내가 이미 한국으로 돌아온 이상 나이가 중요한 스펙이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점인데 그게 별로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내가 일하고 싶은 쪽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되는 직장 생활 중  (0) 2020.05.05
hsk 4급과 기타 등등  (0) 2019.12.09
10/24  (0) 2019.10.24
베도스 합격과 무역영어  (0) 2019.09.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