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중국어도 조금씩 배워 왔기에 실력 점검 차 11월에 처음으로 HSK 4급 시험을 봤다. 운이 나쁘게도 시험 사흘 후에 어느 공기업의 인턴면접도 잡혀 버려서 시험공부는 사실상 하지 못했다. HSK 성적은 당장 필요한 것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준비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면접 연습에 써 버렸기 때문에 시험접수비가 아깝지만 경험을 해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갔다.
4급은 '그나마' 봐줄 만 한 정도긴 해도 큰 경쟁력을 갖지는 못하는 급수라고 들었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놀라웠다. 6급을 치러 온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긴 했다. ibt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답안을 연필로 작성해야 했다면 나는 평생 이 시험에 합격을 하지 못할 거다. 내 좌석이 맨 앞줄이라서 조금 신경질이 났다. 나는 별다른 이유 없이 시험장에서 맨 앞줄에 앉는 것이 싫다. 시험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미리 시험지 제출을 한다 해도 시험장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는데 그렇다면 뭐 하러 그런 커다란 제출 버튼을 만들어 두었냐는 것이었다.
시험을 보면서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어려웠던 거지. 사실 시험준비는 거의 안했고 듀오링고 중국어의 모든 예문을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학습한 것(모든 파트가 금색 동그라미로 채워지도록)과 인천사이버교육센터에서 회화중국어 수업을 몇 개 들은 것 뿐이었다. 인천사이버교육센터는 다양한 언어의 초-중급 수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초보 외국어 학습자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지만 고칠 점도 상당하다. 내가 꼽는 첫 번째는 중국어 강의의 일부가 플래시로 되어 있어서 동영상을 보려면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스플로러와 플래시가 아직 사용되는 곳이 있다...... 인천사이버교육센터에서는 HSK 대비 강의도 제공하는데 역시 플래시를 사용해 시청해야 한다. 플래시가 짜증나서 인강을 많이 못 들음.
그리고 읽기 파트에서는 시간이 부족할까봐 굉장히 조바심을 내면서 풀었다. 다행히도 어려워서 넘어간 문제를 다시 볼 시간은 있었다. 쓰기 파트에서는 세 살짜리 아이마냥 작문을 하고... 지금도 내가 작성한 답안을 다시 떠올려 보면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면접 때문에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성적을 확인해 봤다. 예상 점수는 세 파트 모두 40점대였는데 놀랍게도 각각 70점대로 합격을 했다. 면접에서는 떨어졌기 때문에 시험에라도 붙어서 조금 기분이 좋았다. 면접에 붙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서 이 김에 내년 봄까지 5급을 공부해서 시험을 보기로 함. 사실 면접이 스페인어와 관련된 직무였기 때문에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이후에 있을 일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기억을 잘 갈무리해두어야겠다.
요즘은 알바를 병행하면서 해 오던 대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 봄에 델프를 볼 생각이고, HSK5급도 볼 거고, 또 구호단체에서 편지 번역 봉사를 하고 있는데 내가 맡은 분야는 스페인어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저쪽의 착오로 포르투갈어 편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카드 번역이 뭐 어렵겠는가 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면서 번역을 했다. 그런데 스페인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포르투갈어도 조금씩 공부해 보고 싶다. 특히 발음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빠져들게 된다.
마음으로는 번역 쪽으로 어떻게든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맞는 걸 알지만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까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전혀 상관없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본다던지... 근데 그러면 안 되겠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회되는 직장 생활 중 (0) | 2020.05.05 |
---|---|
10/24 (0) | 2019.10.24 |
베도스 합격과 무역영어 (0) | 2019.09.22 |
8/27 (0) | 2019.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