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메데진을 떠나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요즘도 학교에 간다고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내가 남아메리카의 어느 국가에 있다는 사실이 낯설어지곤 한다. 아직도 믿을수가 없는데. 그렇게 싫다고 불평을 했으면서 이제 떠날 날이 3주 남으니까 가기가 싫어진다. 인간의 마음이란.
내일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한다. 중남미의 인디헤나중 한 부족을 골라서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발표하는 건데 나는 와유족을 골랐다. 과히라에 갈 때도 3일만 참자 하면서 싫어하면서 다녀왔는데 거기 다녀온 걸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어서 신기하다. 물론 나한테 치나라고 하면서 팔찌 사라고 하던 애새기는 안 잊었지만......
수업이 끝나고 나서 엄마가 부탁하신 대로 동화책을 좀 보러 서점에 갔다. 오늘은 해가 매우 쨍쨍해서 많이 걷기가 싫었기 때문에 오비에도에 있는 큰 서점으로 안 가고 그냥 학교 서점으로 갔다. 학교 서점은 학생들 책만 팔지 않을까 하면서혹시 있을까 하고 그냥 들러 본 건데 나름대로 책이 좀 있어서 거기서 조금 골라 봤다. 내 마음에 드는 건 콜롬비아 전통 무서운 이야기들... la llorana나 patasola나 el sombrerón같은 것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너무 갖고 싶었다. 근데 오늘은 일단 엄마 드릴 것만 사옴(책값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에 현금이 될지 미지수였어서). 생각나면 다음에 가야겠다. 스페인어권 작가가 쓴 그림동화책 두 권이었는데 6만페소나 했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하긴 한국에서도 그림동화책이 비쌌던 것 같기도 하고.
메데진 떠나는 게 싫긴 하지만 얼른 한국에도 가고 싶어진다. 뜬금없지만 복싱을 배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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