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자친구랑 카톡을 하면서(징징거리면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사람이 가득한 버스에 앉기 싫어서 평소에 나오는 것보다 15분 정도 일찍 나왔다.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쓰기 연습을 하면 되니까. 가면서 틈틈이 메일을 확인했는데도 역시나 미그라시온에서는 예약 완료 메일이 오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야생동물 보호와 원주민 전통 존중에 대해서 글을 써봤다. 사실 B2에서 저런 주제를 다루는지는 모름.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거였다.

교실에 들어가니까 어제 못 본 학생이 한명 더 있었는데 독일 남자고 스코틀랜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학생이 총 4명이고 나 빼고 다 코카시안이군... 이전 클래스에선 동북아시아인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아시아인이 있던지 아니면 유색인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 백인들이라서 굉장히 소외감이 든다. 같은 아시아인이나 아니면 아프리카인은 별로 선입견 같은 게 거의 없는데(아예 동북아시아인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 얘네들은 지들이 백인이고 서유럽 아니면 미국에서 와서 그런지 <동북아시아인=공부만 할 줄 알지 사교성 없어서 반 친구들이랑 사귀려는 노오력따위 안함> 완전 이런 이미지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선생님까지... 에휴 알게 뭐야 지들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어차피 2주만 보고 말건데. 생각해 보니 저번에 인텐시보로 바꾸면서 이런 반에 올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디아나 선생님이랑 같이 했던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부드럽고 좋았는데...... 이번 클래스에는 정말 정이 안 가고 2주동안 수업 들을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날 뿐이다. 그냥 얼른 끝났으면.

어쨌든 수업이 끝나고 나서 미그라시온에 보낸 메일의 진행 상황을 봤더니 역시나 반려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거 그냥 무턱대고 미그라시온에 가면 되냐고 물어보려고 클라라의 사무실에 갔는데 클라라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이 불만족스러워서+비자 문제 때문에 짜증이 난 채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점심마저도 먹기가 싫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간단히 브라우니랑 요거트를 사서 테라스에 앉았는데(이번에도 5층 한가운데 앉아 있다가 파울라가 발견하고 이따 수요일 프로그램 오라고 할까봐 이번엔 바깥테라스 멀찍이에 앉음) 요거트 뚜껑을 뜯다가 오늘 그냥 미그라시온에 가보자! 라는 생각이 나서 진짜로 그냥 가 봤다. 어차피 메일로 예약 확인 여부도 안 알려줄거면 금요일에 갈거 이왕 시간이 있는 김에 한번 가보자는 거였다. 참고로 이 예약 확인 메일은 아직까지도 안 옴... 아무래도 영영 안 올 것 같다. 그럴거면 뭐하러 인터넷으로 예약 신청을 받는 거니 콜롬비아 이민청아.

그래서 당장 버스타고 벨렌으로 갔다. 처음에 벨렌에 이사올때는 미그라시온 위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순전히 운으로 이리로 온 건데 웃기게도 미그라시온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통학하는 버스 다니는 곳에 있었다. 근데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벨렌 공립도서관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세 정거장이나 일찍 내려버렸다(메데진 버스는 이번역이 어디인지 안내따윈 안 나옴ㅋ 알아서 내려야함. 대신 아무데서나 벨 누르면 세워줌). 그래서 조금 걷고... 미그라시온이라고 써져 있는 곳에 갔는데 처음엔 많은 네이버 포스트들이 말하듯 잘못된 곳으로 갔더니 거기 있던 사람들이 여기말고 나가서 한 골목 더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있다고 했다. 거기서부터 나는 잔뜩 쫄아서 굉장히 공손해졌고... 진짜로 내가 볼일을 볼 수 있는 미그라시온에 갔더니 가드같은 정복을 입은 사람이 차례대로 앉아 기다리라길래 기다렸다. 의외로 줄은 꽤 빠르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있는 창구에 가서 왜 왔는지 말하고 내 서류랑, 여권이랑 내가 그동안 보냈다가 빠꾸먹은 메일에서 받은 예약번호(니들이 거절해서 직접 왔는데 도대체 이걸 여기서 다시 확인하는 이유가?????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로 묻고 싶다)를 확인하고 나서 그 사람이 옆에 있는 의자들을 가리키면서 여기 앉아있다가 이름 불리면 가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또 기다림... 근데 구글맵스 리뷰 등등을 보면 아침 일찍 가는 걸 권장한다느니, 하루종일 기다렸다느니, walk-in을 안 받아준다느니(예약 없이 가면 안 받아준다는 얘긴데, 근데 이 워크인이 내가 위에서 말한 퇴짜맞은 메일조차도 안 보내고 그냥 가는 걸 말하는 거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 쓸데없는 절차들을 많이도 만들어 두었다. 나는 이 워크인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하는 방문 예약인줄 알고 가기 전까지 안될까봐 걱정을 또 했다)하는 후기들이 엄청 많아서 미그라시온이 문을 닫을 시간까지 기다릴 각오를 하고 숙제를 했다.

그런데 한 25분 정도 지나니까 내 이름을 부르길래 일시적으로 엄청나게 굽신거리는 사람이 되어 거만하게 앉아있는 공무원 아저씨에게(웃긴 게 구글맵스 리뷰에 불친절하고 옆사람이랑 잡담하고 헛걸음하게 만든다고 두 번 이상 이름까지 거론이 된 사람이었다) 갔다. 근데 모든 절차들이 놀라울 정도로 금세 끝나버렸다. 내 서류랑 여권이랑 신상정보 확인하고 연장 비용 지불하고(카드만 되고 99,000페소) 아저씨가 여권에 연장도장 찍고 사인하고 끝... 

그리고 나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드디어 비자 연장했다!!!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얌전하게 걸어서 집에 왔다. 어휴 메일을 몇 번이나 보내고 마음을 졸인 건지... 일단 금요일 수업을 안 빠져도 되서 너무 좋다. 그리고 큰 걱정거리가 없어져서도 참 좋고. 이제 신경써야 할 건 델레시험준비 하나뿐이다. 오는 길에 항상 지나치는 건물 앞에 있던 아저씨 두 명이 나한테 인사를 하길래 나도 인사를 했다. 근데 이 아저씨들은 전에도 나한테 인사를 했었다... 나한테 아는척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전에 인사를 받았을 땐 너무 당황해서 혹시 아는 사람인가하고(닝겐아 솔직히 그럴리가 없잖슴... 나한테 여기에 아는사람이 어딨어) 머리를 굴리느라 대답을 못했는데 오늘 또 내가 지나가는 걸 보고 인사를 하는 걸 보면 내 얼굴을 확실히 아는 것 같은데. 근데 진짜 왜 인사하는걸까? 물론 내 얼굴 자체가 여기서 너무 튀긴 하고, 여기 산지 이제 2주가 넘었으니까 몇 번 본 사람은 나를 쉽게 기억하겠지만 사서 걱정하는 나답게 무슨 범죄라도 저지르려고 밑밥을 까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그리고 나서 재미없는 클래스의 재미없는 숙제를 하고 재미없는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재미없는 듣기 연습을 하면서 일기를 쓴다...... 델레 B2시험준비반 신청을 받는다는 메일이 왔는데 할지 말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좀 비싸서... 3인 이상이 되면 하겠다고 할까? 근데 사람이 될 것 같지가 않다. 델레 신청하러 갔을 때 내 기억으론 마지막인지 마지막 전날이었는데 그때까지 접수한 사람이 나까지 세명인가 그랬었다. 뭐 마지막날까지 몇명 더 늘었을수도 있지만 걔네들이 다 B2를 보는건지 알 수 없잖아. 여기 와서 느낀 건 스페인어를 업무에 써먹을 만큼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이걸 직업적으로 쓰려고 열심히 배우는 사람은 한국인밖에 없는 것 같다는 거다. 지금까지 봐 온 모든 사람들은(지금 같은반에서 일 때문에 배우고 있는 스코틀랜드 아재 빼고) 슬렁슬렁 하면서 배우면 배우고~ 내 스케줄 안되면 말고~ 하기싫거나 쉬고싶으면 나중에 하고~ 다들 그렇다. 해외에 나오면 시야가 넓어지고 삶을 사는 태도나 가치관 같은 게 바뀐다는데 이런 것 때문인가 보다. 나는 타이트한 한국에서 살다가 상대적으로 느긋한 콜롬비아에 와서 풀어진 느낌에 어리둥절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한국에 가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콜롬비아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마음이 편하다. 이제 공부에만 신경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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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휴일이 끝나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가자마자 결제가 안 되는 문제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왜 그런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나한테 결제를 했냐고 묻더니 다른 학생이 한명 더 생겨서 3인반 가격으로 내면 된다고 했다. 돈을 좀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수업에 들어갔는데 원래 있던 스코틀랜드 아저씨랑 미국에서 온 키 큰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여기서 살고 싶다고 했다. 2년정도 되었다더니 굉장히 말이 부드럽게 이어져서 너무 부러웠다. 그동안 수강했던 반들에서는 항상 내가 제일 스페인어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두번째가 된 것 같다. 오늘은 하루종일 복습만 했다. 재미없는 복습... 근데 원래 코스 시작하는 날에는 항상 복습을 하니까. 내일부턴 아마 접속법을 배우겠지.

선생님이 이전 반들에 비해서는 좀 별로지만 어차피 이 사람도 2주만 보고 말건데 뭐.

수업을 듣는 내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끝나고 나서는 배가 안 고파서 그냥 감자칩과 초코우유를 사서 간단하게 때웠다. 야채를 먹어야 하는데. 그리고 결제를 다시 시도했더니 되어서 좋았고, 비자 연장에 대해서 물어보러 갔더니 필요한 서류를 챙겨줬다. 그리고 나서 나한테 링크를 보내줬는데 전에 내가 두번이나 시도했던 그 링크같아서...... 어차피 어학원 등록했다는 서류를 주지 않으면 이것들은 또 퇴짜를 놓을 텐데 클라라는 나한테 어학원 등록에 관한 서류는 PDF로 보내주지 않았다. 그럼 그냥 도장이랑 여권 개인정보 페이지만 올려두라는 건가? 근데 그럼 전에 보낸거랑 뭐가다름...???? 그래서 짜증이 나서 집에 와서 다시 링크 페이지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온라인으로 미그라시온에 예약을 하는 곳을 발견해서 거기에서 금요일로 예약을 잡았다. 아침 일찍 가고 싶었는데 나한테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그래서 그냥 금요일에는 수업을 좀 빼먹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 가기로 했다. 어차피 언제 가든지 수업을 하루는 못 갈 것 같았다.

정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하면서 문제가 더 커지면 어떡하지 하고 자꾸 힘을 빼는 일을 그만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생각했던 대로 안되어서 자꾸 불안해진다. 미그라시온 온라인 예약도 '우리가 네 이메일로 예약한 내용에 대해 보낼게!' 이래놓고 메일이 안 와서... 예약한 시간에 갔는데 '그런거 없는데? 기다리셈' 이럴까봐...... 너무너무너무너무 불안하다. 이럴 땐 불안한 상상이 고장난 롤러코스터가 충돌을 향해 달려가듯 멈추질 못하고 이어진다. 이런 걸 좀 막고 싶은데... 으 휴일도 엄청 많고 공무가 제대로 되지도 않는 콜롬비아가 진짜 싫어진다. 얼른 이런 걸 안 해도 되는 한국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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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등록메일이 오지 않아 문의를 한 다음에 화가 나서 일기에 분풀이를 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에아핏 코디가 뒤늦게 등록메일을 보내 주어서 다행히도 다음 코스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짜증이 났기에 혹시나 7레벨이나 8레벨 코스를 못 듣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혼자서 예습을 하기로 했다. 에아핏 어학당에서는 자체 교재를 쓰는데 7레벨까지 접속법 과거 대과거같은 시제관련한걸 배우고 8레벨부터는 좀더 세련되게 말할 수 있는 방법과 표현들에 대해서 배우는 것 같았다. 7레벨은 일단 냅두고 지금 하는 6레벨 예습이 끝나면 8레벨부터 먼저 봐야겠다.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9-11레벨 책도 사는 것도 생각해보고.

내일은 승천대축일이라서 학교에 안 간다. 엑시토도 안 여는지는 모르겠다. 전에 성금요일에는 대부분 쉬었던 것 같은데... 산타마르타에서 성금요일에도 마트는 열었으니까 여기도 열 것 같긴 한데. 가톨릭 국가에 사는 게 처음이라 이곳의 휴일들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과 의미를 갖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그리고 노트북이 살짝 맛이 가려고 해서 걱정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산지 두달 반밖에 안 됐는데. 내가 앞으로 한성노트북을 돈 주고 살 일은 절대 없을듯. 근데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자주 쓰는것도 아니고 하는 거래봐야 이삼일에 한번씩 네이버 메일 체크랑 번역봉사랑 티스토리 일기쓰기랑 넷플릭스 보는거밖에 없는데... 이놈이 한달 반만 더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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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에아핏에서 등록하라는 메일이 안오는지 이해가 안된다. 나말고 한명 더 있으면 두명짜리 코스로 개설할수도 있고 아니면 2주 더 기다리라고 말을 해줘야지 다음주에 들을건지 다 물어봐놓고 음 세명 안되네~ 하고 그냥 냅두는건지? 아 진짜 짜증난다. 지난주부터 이것때문에 진짜 속썩였는데 정말 괜찮은줄 알고 마음놓았다가 갑자기 이러는게 어딨냐 아오 일좀 제대로 하지 아니면 어제 말해주던가 왜 학생이 이렇게 발동동구르면서 수업 등록때문에 마음졸이게 만드냐고 당장 다음주에 등록을 못하면 비자연장을 못하는데 씨발 아오 아니면 개인수업을 들으라고 말을 하던가 진짜 답답해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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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짜증이 난다. 2주짜리 수업을 들으니 이틀걸러 하루 꼴로 테스트들의 연속이고(말하기 테스트는 왜 한 코스에 세번씩이나 시키는지 모를... 지난달에도 그러긴 했는데 지지난달에는 안그랬어서 하이로가 수업을 대충하는건지 갑자기 규정이 바뀐건지 알수가 없다) 내일도 발표를 해야 해서 대본을 써가야 하는데 쓰기가 너무 짜증나고 하기싫다. 게다가 이 집의 또다른 치명적인 문제인 가스통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가스밸브를 살짝만 열면 불이 안 붙고 좀 많이 열면 왠지 가스가 새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냄새도 조금 나는 거 같아서 마음놓고 요리를 할수가 없고 어쩔 수 없이 매번 창문을 열고 선풍기까지 틀어 두고 요리를 한다. 그러면 밤이니까 또 좋다고 방충망이 없는 창문으로 별별 벌레들이 들어와서 방금도 벌레를 두 마리나 잡고 너무 짜증이 났다. 어딘가에 내가 못 본 다른 벌레새끼가 숨어 있다가 밤에 나올까봐... 아 너무 짜증이 심하게 나서 울고 싶다. 그렇다고 밤에 매번 밖에서 식사를 사먹을 수도 없고(사실 해지면 나가는게 무섭다. 낮에 환할땐 나한테 적의를 가진 사람들이 날 보더라도 그냥 치나 어쩌고 하고 끝나지만 밤에 어둑어둑하고 사람도 없는 길거리에서 만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저녁을 굶을수도 없고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미치겠다. 첫 두달동안 묵은 벨로드로모 집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집이 천국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

메데진에서 에어비앤비로 얻을 수 있는 집들에서 주의할 점

  • 상상초월이지만 가끔 채광이 거의 안되는 집들이 있음. 에어비앤비 사진에서 방 사진에 침대가 정면이고 자연광이 안 비친다면 의심해볼만함.
  • 도시가스 배급이 체계적이지 않아서 주택이 아니라 큰 빌딩 내의 숙소라도 주방 찬장 안에 그냥 가스통이 떡하니 있을 수 있음(지금 사는 집이 그렇다). 요리할때마다 매번 밸브 열었다 닫았다 해야함. 가스 누출에 대한 공포를 안고살아야 하는 건 덤. 웃기게도 여기에 대해 딱히 언급을 하는 걸 보질 못했다. 어쩌면 콜롬비아에선 이게 흔한 일일수도?
  • 주방이 없던지, 주방은 있는데 요리도구(접시, 후라이팬, 포크와 나이프 등)가 없던지 아니면 세탁기가 없는 집이 가끔가다 있음.
  • 솔직히 절대 시내 중심가가 아닌데 교통이 매우 편하고 시내와 가깝다고 말하는 뻔뻔한 집주인들이 꽤 있음. 교통이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메데진은 항상 교통체증이 심하고 지하철이나 메트로까블레는 절대 그 교통체증에 대한 만족스러운 대안이 될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데진에 온다면 주로 가는 곳이 뽀블라도 예라스 파크나 라우렐레스 아니면 꼬뮤나13, 하르딘 보따니꼬, 빠르께 엑스플로라정도 일텐데 예라스 파크 가는데 택시를 타도 20분은 가야하는 곳에서 무슨 교통이 편하다고... 그리고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시내에서 멀어지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못사는 동네라는 거다. 자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센트로가 안전하단 얘기도 아니다 ㅎㅎ..).
  • 거의 모든 집에 방충망이 없는 건 덤이다. 그렇다고 벌레가 없는 건 아님! 밤에 덥다고 창문 열어두면 불빛 보고 벌레들 신나서 들어옴.
  • 보증금을 가끔 엄청 많이 받는 집들이 있는데(140달러정도) 그걸 우리나라의 보증금이랑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포스트를 읽은 기억이 난다.
  • 뽀블라도 쪽은 값이 비싼 대신 안전하고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과도 가깝고 뭐 그런 장점들이 있는데, 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알지 못할 한가지 단점이 더 있다. 바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언덕 위에 있다는 점이다. 한 5분거리라면 모를까 뽀블라도에 숙소를 잡고 나서 구글맵스에서 15분거리라는 어딘가로 걸어가 보려고 했다간 엄청난 등산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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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중에 클라라가 다음 코스를 들을 사람들을 알아보러 왔는데 진짜 천만다행으로 한 사람이 더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다행으로... 축복받을 스코틀랜드와 셀틱이다. 셀틱에 축복이 함께하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철분 섭취가 부족한 탓인지 생리를 하니까 조금 어지럽다. 확실히 혼자 사니까 조금 영양섭취에 불균형이 생기는 건 맞는 것 같다. 다음에 마트에 가면 녹황색 채소를 사와야겠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황색 채소 요리는 상추쌈과 데친 브로콜리인데 상추쌈은 바스마티 쌀도 싫고 쌈장도 없어서 패스하고 집 옆에 있는 엑시토에는 신선한 브로콜리가 잘 안 나와서 슬프다. 육류는 워낙 한국에서도 거의 안 먹었으니까 차이라면 생선과 신선한 채소를 먹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건데 역시 영양학적으로 매우 안좋은듯.

심심하다. 기운이 나면 공부하고 지치면 그저 핸드폰 들여다보는 걸로 휴식하는 일이 일상이 된 지 두달이 넘었는데 너무 지겹다. 얼른 7월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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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수업을 들었더니 아무데도 안 나가고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토요일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수업 네시간도 하고, 점심먹고 회화연습도 하고 어쩌다보니 학교에서 해주는 활동들에도 가다보니... 늦잠자고 아침도 엄청 느긋하게 폰하면서 먹고 침대에서 꾸물거리고 있으니까 천국이다. 

반에 인원이 세명밖에 없는데 한 명은 군인이라 별로 농담도 안하고 자기한테 말걸때만 말하고 다른 한 명은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이라 분위기가 처지면 내가 자꾸 나대게 된다. 이전 반에는 사람도 다섯이나 있고 분위기도 엄청 좋았는데 이번 반은 너무 차분해서 조금 지루하다. 안 그래도 공부도 네시간이나 하는데 그렇게 시키는 것만 하고 재미없게 책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들 안 지겹나?... 근데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워낙 본적이 없어서 그러니까 전혀 몰랐는데 사람들이 수업 시간에 참 얌전한 것 같다. 그쪽의 사회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전에 에리트레아에서 온 남자애도 그랬던 것 같은데.  근데 생각해 보니까 레벨 3에서 하이로도 나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땐 콜롬비아에 처음 와서 모든 것에 경계하고 잔뜩 얼어있던 시기였으니까. 아니면 그냥 디아나 선생님이 좋아서 농담이 쉽게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확실히 내가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걸음도 느려졌고,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땐 많이 울적해지긴 하지만 아닐 때는 많이 웃기도 하고. 전엔 누가 나한테 지나가면서 인사하면 마음 속으로 앗 타이밍을 놓쳤다...!하면서 그냥 가버렸는데 요샌 반사적으로 인사를 한다. 아는 사람한텐 얼굴 보자마자 먼저 인사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 사람들이 마냥 순박하고 마음 좋다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선 언제 어디서든 치나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있다. 

참 그리고 이 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월요일부터 귀마개를 끼고 잤는데 그새 익숙해졌다. 서울의 내 방에선 사방이 너무 고요해서 심장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는데 여긴 귀마개를 안 끼고 자면 소음에 잠이 깬다는 게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 근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이제 소음에도 점점 익숙해 지는 것 같다.

기가 막힌 이 건물의 건축 상황에 대해서도... 그동안 가스가 있는 곳을 열면 풍기는 세제냄새인지 락스냄새인지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집주인에게 물어본 결과 건축자재나 그런 것 때문일거라고 했다. 그쪽 벽에 구멍이 하나 뚫려있는데 그게 세탁기 통을 연결해서 오수를 내보내는 부분이라면 윗집에서 세탁하고 나서 나는 냄새일수도 있는 거고... 어쨌든 가스불을 막 켰을 때 나오는 가스냄새와는 확연히 다르긴 하다. 전에 너무 걱정이 되어서 비누거품 내서 밸브에도 묻혀봤으니까 뭐. 그래도 난 겁이 많으니까 되도록이면 요리를 많이는 안 하려고 한다. 환기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하고. 

아직 이 집에서 다음달도 지낼 지는 확신을 못했다. 귀찮아서 아마 연장할거같긴 하지만 탐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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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내내 4시간 수업에 적응하고 과거와 대과거와 불완료과거를 익히고 한편으로는 비자 연장을 시도한다고 고생을 했다. 그런데 내가 콜롬비아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있었다.

1. 네이버에 콜롬비아 관광비자 연장이라고 치면 나오는 포스트들과는 맞지 않는 것이 있다. 아마 그 포스트들이 작성된 이후에 콜롬비아 이민법이 바뀐 모양이다. 콜롬비아의 비자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PIP2를 받아 입국했다(어학연수 준비를 하면서 에아핏에 문의했을 때 어학당에서 이렇게 하라고 서류를 줬다). 나는 이게 그냥 관광비자인 줄 알았다.

2. 몇 주 후면 입국한지 90일이 되기에 네이버나, 구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로 여권 사진면, 여권 스탬프, 출국 비행기표를 첨부해 인터넷으로 연장신청을 했다. 그런데 스캔해서 PDF만들고 크기 줄이고 등등... 모든 것을 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첫번째 거절 레터는 제대로 안 읽어봤는데 두번째에도 거절을 당해서 짜증이 나서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거절 사유에 "PIP2에서 PIP6로 바꾸는 데 필요한 학업연장에 관한 서류 부족"이라는 말이 있었다.

3. 그래서 PIP2가 내가 생각하던 일반 관광비자가 아닌가 싶어 열심히 찾아봤다. 먼저 구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관광비자 연장법(보통 영어로 씌어 있음-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그냥 관광 다니는 영어권 젊은이들이 썼을 가능성이 농후)에서는 자기들 비자가 PIP2라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는 어떤 포스트에서는 어학원에 와서 PIP5를 PIP2로 바꿨다는 후기를 발견했다. 즉 내가 내린 결론은 PIP2는 어학당에 다니려면 필요한 비자이며, 그냥 관광비자랑은 다르고, PIP5가 인터넷으로 연장가능한 '그냥 관광비자' 이며 결론적으로 나는 어학당에 서류를 요청해서 이민국에 직접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4. 그래서 그 다음 날 학교에 가서 클라라한테 물어본 결과 PIP2를 연장하려면 서류가 필요한 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여권을 안 가져가서 다음에 여권을 가져가면 서류를 주기로 했고, 게다가 지금은 5월이라서 아직 입국한 지 90일이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6월부터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5.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 PIP2 - 어학당에 다니려면 받아야 하는 비자, 연장신청시 어학당에 계속 다닌다는 서류가 필요하며 이민국에 가야 함. 입국시 어학당에서 받아 온 서류를 보여줘야만 받을 수 있다. 
  • PIP5 - 그냥 관광비자. 입국시 어학당에 등록했다는 서류가 없으면 이걸 받을 수 밖에 없다. 연장시 몇 가지 서류만 첨부해서 인터넷 신청이 가능하다. 추후에 어학당에 등록하려면 이민국에 가서 돈을 내고 이걸 PIP2로 바꿔야 한다. 

6. PIP2와 PIP5는 고작 어학당에 다닌다는 점 하나밖에 차이가 없는 건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았을까 궁금했는데 이 나라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냥 외국인들한테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최대한 뜯어내려는 수작인 것 같다. 그러면 3달동안 PIP2로 공부하고 나서 비자 연장해서 관광만 다니고 싶으면 어떡해요? 그러면.....? 그런 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뭐 이민국에 가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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