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인데 독일어에 손대고 싶다. 아직 전혀 모르면서 배우고 싶은 외국어는 다섯개가 넘긴 하지만 나는 일단 지금 하는 것부터 잘 하자는 주의이고 한번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손에서 놓기 싫기 때문에 언젠가 꼭 배워야지라고 생각은 해 두되 그걸 시작하기에는 마음의 여유와 신체적 에너지와 강한 동기가 필요한데 웃기게 그 강한 동기라는 게 별거가 아니다. 음... 남들한테는 별거 아닌 어떤 것들이 나한테 와닿으면 그게 강한 동기가 된다고 말해야 하나. 그 동기라는 건 단순해서 오페라의 아리아 한 소절이 되기도 하고 영화의 ost가 되기도 하고 그냥 명언 한 구절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냥 그 언어의 발음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배우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식으로 배우고 싶은 언어가 아랍어, 포어, 노어, 독어, 베트남어, 암하라어까지 있다. 사실 독일어는 예전에 한번 손을 댔었는데 그때 벌려 놓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체력적 한계를 느껴 점점 뒤로 밀려났고 나중에 격에 따른 어미 변화를 외우다가 때려쳤었다. 그리고 나서 한동안 나중에 배울 것들 중의 하나로 얌전히 있었는데... 이번에도 무슨 희한한 동기 때문에 갑자기 마구 시작하고 싶어진다. 

수업은 오늘도 짜증나고 재미가 없었다. 너무 책에 있는 것들만 하고... 책에 있는 주제도 물론 델레 대비에야 도움이 되긴 하지만 너무나 재미없는 위생과 건강 따위이고. 지겨워 미칠 것 같았다. 아휴 얼마나 재미가 없던지. 학교가기 싫다.

델레 대비반 하고싶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다 귀찮다. 오늘 학교에서 너무 기빨리고 피곤했어서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오늘 아침엔 클래식을 틀어 두는 버스를 탔다. 시르꿀라르 수르 버스들은 아무 것도 안 틀어 두거나 지역 라디오를 틀어 두는 버스가 거의 5:5인데 지역 라디오에서는 보통 으레 생각하는 남미 음악들이 나온다. 근데 오늘은 일찍 나가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버스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조용히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메데진 생활이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게 클래식 공연을 볼 기회가 없다시피하다는 점이다. 메데진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감안할 때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방문하는 건 말도 안되고 중고등학교에 관현악부나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있는 걸 기대하기도 힘들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이 유럽의 고전 음악을 좋아할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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