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나쁘다. 언젠가 겪게 되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인종차별을 콤보로 당한 거 같아서ㅋㅋ

여긴 이제 우기란다. 어제 밤에는 비가 억수같이 왔다. 한번 올 때 스콜급으로 온다. 신기하게 밤에는 지붕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오는데 낮에는 빗줄기가 굵지 않다. 어쨌든 시끄러워서 아침에 이곳 시간으로 네시 반쯤 깼는데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서 누워서 문법 퀴즈를 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학교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수업은 그냥 그랬다. 선생님이 또 내 차례가 되면 자꾸 빨리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다. 많이 말하려면 세살짜리처럼 1형식 2형식 문장만 줄줄이 말해야 하나? 아니면 옆에 앉은 호주사람처럼 계속 질질 끌면서 자꾸 말하려고 들어야 할까? 뭐 내일은 짧게 자기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했으니까 발표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무세오 엘 까스티요에 갔다 왔는데 거기 리셉션하는 곳에 있던 여자가 나를 너무 무표정으로 뚫어지게 보기만 하길래 좀 기분이 안좋았다. 도대체 왜 본적도 없는 외국인한테 그렇게 적의를 담은 눈길을 보내는건지..? 본인이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외국여자가 돈내고 박물관 보는데 가방 맡아주는 시다짓이나 하고 있어서 기분이 나쁜건가? 물론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그러진 않았다. 이 한명만 그래서 그땐 그냥 넘겼는데. 그리고 날씨가 덥고 여기 무세오 가는 길이 강남CGV 뒷편 언덕정도 되는 미친 높이의 등산길인데다(구글맵스에서 오르막이라고 했을 때 그냥 넘긴 내 잘못이지) 하필 오늘 통풍이 잘 안되는 반팔을 입고 있어서 입고 있던 옷의 등 부분이 땀으로 약간 젖었다. 근데 투어하려고 모인 사람들중에 몇몇 여자애들이 날 보고 치노가 어쩌고, 더운가봐 어쩌고 하는 소리를 다들리게 하지 않나...... 아무래도 사람들이 내가 너무 튀는 외모다보니 스페인어를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막 말한다.

그래도 박물관은 참 예쁘고 투어도 재미있었다. 나는 그런 가족의 연대기를 참 좋아하니까 재미있게 들었다. 근데 다 보고나서 산타페 쇼핑몰로 다시 내려왔는데 그쪽에 스타벅스가 있다길래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러 스벅에 갔다. 근데 거기 가서 라떼랑 머핀을 시키는데 좀 애먹고(스벅에서 일해서 영어 잘할 줄 알고 영어로 주문했는데 못알아듣더라 노답)만사천 페소정도가 나와서 5만페소를 냈는데 거스름돈을 받는 순간 좀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러자마자 날 불러서 머핀을 주길래 머핀이랑 커피에 신경을 쏟느라 일단 거스름돈은 지갑에 집어넣었다. 휴 그치 이것도 내 잘못이지. 시발 그래서 커피 마시고 집에 버스타고 왔다. 스타벅스에서 나오는데 분명 비만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것처럼 심하게 뚱뚱한 남자가 내 곁을 지나가면서 스멜 어쩌구 하고 영어로 씨부리길래 그래 너는 인종차별이라도 해야 살면서 외모때문에 받은 분풀이가 되겠지 하고 왔다. 뭐 그정돈 상관 없다. 그런 건 쉽게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근데 더 짜증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집에 오면서 물이랑 요거트 같은 거 사러 데우노에 갔다가 계산대에 섰는데 만천페소가량이 나왔다. 근데 지갑을 보니까 돈이 분명 삼만오천페소가량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만페소밖에 없는거다. 당황해서 일단 카드로 결제했다. 이 나라는 왜 신용카드결제를 하면 서명도 하고 세둘라 넘버(난 세둘라없으니 여권번호-이것도 찜찜하다. 이걸로 니들이 뭔짓을할줄알고 이름이랑 여권번호를 적으래 젠장)도 적고 전화번호도 적으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카드 쓰면 그런거 다 적으라고 하나?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스타벅스 갔다가 바로 버스타고 와서 데우노에 간거고 그동안 지갑은 가방 안에 잘 들어있었는데 누가 가방에서 지갑을 열어서 이만사천페소만 살짝 빼고 다시 곱게 가방에 넣어뒀음 모를까ㅋㅋㅋ 거스름돈 준 직원새끼가 중간에 삥땅치고 덜 준 거다. 걔가 실수한 거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큰 금액을 실수한다고? 아무래도 내가 거기서 스페인어를 안 쓰고 영어로 주문하고 그래서, 알아채도 뭐라고 항의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 뒤늦게 거기 다시 가서 따진다고 해도 가는데 한시간 반은 걸리고 그놈이 자긴 거스름돈 제대로 줬는데 니가 잃어버렸겠지라고 발뺌하면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도 없어서 그냥 적선한 셈 치기로 했다. 하지만 분이 안 풀려서 구글 리뷰에 글도 남겼다.

메데진 사람들이 따뜻하고 상냥하다는데 그런 말을 다 믿으면 안된다. 따뜻에 상냥은 무슨... 여기온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얼굴 안보일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본 인간이 한트럭은 되겠다. 어휴 못배운 인간들이라서 고작 2만 4천 페소-구천원?-에 양심을 팔 정도로 수준 떨어지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고 싶다.

참 이건 뜬금없이 생각난 거지만 여긴 여자들이 다 머리가 길다. 할머니들, 아니면 할머니 되기 직전 나이의 여자들이 아니면 하나같이 머리가 길고 단발한 젊은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여기도 중남미니까 특정한 형식의 여성 외모에 대한 압력이 있을 테고 그게 머리카락인것 같다.

여기 와서 하루에 한번씩은 '내가 여기 왜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 생활이 마냥 장밋빛일 거라고 기대하고 온 건 아니지만 처음 겪어보는 해외 생활이 생각보다 힘들다. 그래도 나는 견뎌 낼 거니까. 원래 존버는 내 특기잖아? 이 거지같은 나라에 있는 동안 최대한 돈 조금만 쓰고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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