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아홉 시인데 나가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 만약 나간다면-버스 타고 학교 한번 가보고, 나간김에 근처에서 점심 먹고, 다시 집에 와보기..? 슬리퍼 사기?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시간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짜증이 좀 났다. 서울에선 우리집에서 버스 타고 한시간이면 저멀리 강건너 광화문까지 갈 수 있는데... 고작 6km 남짓 가자고 버스 한시간이라니, 게다가 지하철을 타도 어쨌든 30분은 걸어야 하고 버스 타는 것과 별 차이도 안난다는 게 싫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어쨌든 조용한 주택가에서 주방이랑 욕실 딸린 집에 있을 수 있으니까 통학 시간을 포기하는 대신 집을 편히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인거겠지(세탁은 공용실이지만). 참 그리고 친구만들기도 힘들다. 이쪽은 워낙 사람들도 바나 카페도 없으니까...

대신에 통학을 버스를 탈건지 지하철을 탈건지 생각해 봐야겠다. 어제 지하철 탔을 땐 낮시간에 사람이 많았다. 약간 붐비는 3호선느낌(그래도 2호선까진 안갔다) 학교는 아침 일찍 가니까 지하철도 나쁘지 않으려나? 근데 콜롬비아 사람들도 출근/등교하잖아... 어제 지하철 탔을 땐 완전 외국인들 사이에서 밀폐된 공간 안에 있다는 사실+혹시 모를 소매치기 공포+나한테서 혹시 땀냄새안나나 하는 것 때문에 초긴장상태였어서 가만히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주룩주룩 흘러서 정말 고역이었다. 차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지금은 온지 며칠 안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그나마 물가가 싸니까 진짜 통학하기 싫을 땐 우버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참 물가가 싸서 그런지 서울에선 절대 안 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 택시를 탄다던지, 좀 싼 마트대신에 비싼 편에 속하는 마트에 간다던지. 가계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면 콜롬비아 사람들은 영어를 진짜 못한다. 잘 할 필요가 없어서겠지만. 그리고 길 건널때 2차선 도로 쯤은 횡단보도를 찾지 않고 아무데서나 막 건넌다. 심지어 횡단보도 있는 곳에서도 차가 안 오는지 휙휙 보고 그냥 건너가 버린다. 아예 횡단보도랑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고... 이쪽은 번화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 그렇다. 약간 사람이랑 차가 적은 동남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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