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이 디아 델 이디오마라서 오늘 아침에 디아 델 이디오마 관련 작은 이벤트를 했다. 모여서 무슨 날인지 설명 듣고, 반별로 대표 한명씩 나가서 단어 퀴즈같은거 하는 거였는데 나는 어제 갑자기 선생님이 추천을 해서 그러마고 하고 어제 열심히 교과서 뒤에 있는 단어집을 외웠다(거기에서 단어 나온다 그래서). 그리고 오늘 아침에 갔는데 좀 망했다. 단어 외운거랑은 별로 상관이 없었고 주어진 단어에 들어 있는 알파베또를 이용해서 새로운 단어 만들기라던지, 제시어와 관련 있는 단어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이 쓰기라던지 하는 문제들이 나왔는데 나말고 차라리 영어 문화권에서 태어난 사람이 했으면 훨씬 더 많이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서리를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은 세개정도밖에 없었다(참나). 생각보다 못해서 슬펐다. 그게 시험이든 이벤트든 뭐든간에 남들이 보고있는 데에서 점수를 못 내면 내가 쓰레기같다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그리고 나서 수업을 듣고 시티뱅크에서 돈을 뽑으려고 오비에도 몰에 갔는데 구글맵스에는 있다고 나와있지만 도대체 오비에도 어디쯤에 스코티아뱅크 atm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있는 건 방콜롬비아 까헤로 뿐이고 걔네는 수수료를 도둑놈급으로 많이 떼어가는 나쁜새끼들이라 더워서 짜증이 났지만 할 수 없이 빠르께 예라스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스코티아뱅크 지점에서 인출을 했다. 인출 한번 하는데 수수료를 4~5천원씩 내야된다는게 너무 억울해서 차라리 덥고 말지 했다. 휴 괜히 콜롬비아로 온거 같다. 아니 괜히 메데진인가? 차라리 보고타였으면 추위에 아무렇지도 않았을텐데 메데진의 낮 11시~3시까지는 정말 너무 덥다. 거의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것 같다. 이런 메데진에서 여름까지 지내다가 한국이 열돔에 갇힐 때쯤 돌아간다니 맙소사.
간신히 돈을 뽑은 다음에 다시 원래 집에가는 길로 들어서서 점심으로 핫도그를 먹고(요새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아서 좀 줄여야겠다) 지나가는 길에 엑시토 뽀블라도에 가서 물이랑 파스타 면이랑 소스를 사서 가방에 담고 헉헉대면서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는 정말 운전하기가 귀찮은 눈치였다. 집에 오는 길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었다. 이집은 일층에는 가정집은 없고 가게가 들어서 있는데 보면 천장에는 가방이 매달려 있고 안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재봉틀인지 신발 만드는 기계인지 하여튼 그런 걸 가지고 뭘 하고 있다. 언젠가 여기에 가서 가방들이 수입품인지 콜롬비아산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예뻐서 하나 동생 사다 주고 싶다. 남미산일 경우에만. 설마 중국산이진 않겠지.
오비에도 몰에서 atm기를 찾아 헤매면서 슬쩍 봤는데 거기도 콜롬비아산 기념품 가게라고 할 만한 곳이 있었다. 다만 돈 좀 있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곳이라 엄청 비싸보였다. 아마 들어가면 한국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을듯? 가죽으로 된 메신저 백 하나에 십~십오만원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하도 콜롬비아의 후진 가게 인테리어들만 보다가 오비에도 몰에 가니까 갑자기 한국에 온 것 같았다.
요새는 메데진 생활에 조금 지친 것 같다. 외롭기도 하고, 요정이 나와서 한국에 보내 줄까? 하면 그것도 싫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가 없고 따분하고 짜증이 난다. 지겹고...... 답이 없는 문제 같아서 조금 울적하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하는, 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마음만 아파지고 부정적이 되어버리는 거지같은 질문이나 하게 되고. 기운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메모리얼 뮤지엄에 가겠다는 생각만 벌써 일주일 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 계속 들어서 학교 끝나면 점심먹기 전까지 공부만 하고 밥 먹으면 바로 집에 온다. 전에도 그랬긴 했지만 전엔 뭔가 이렇게 힘빠지진 않았는데 좀 힘들다.
'일기(19.03~19.07 콜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0, 48일 째 (0) | 2019.05.01 |
---|---|
4/29, 47일 째 (0) | 2019.04.30 |
4/24, 42일 째 (0) | 2019.04.28 |
4/23, 41일 째 (0) | 2019.04.28 |
4/22, 40일 째 (0) | 2019.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