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안가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콜롬비아 오기 전에는 집에서 가족문제와 진로 고민 등등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서 콜롬비아로 떠나고 싶었는데...... 여기서 새롭게 다른 형태의 삶에 적응하려고 보니까 한국에서 있었던 문제들은 그게 별거였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한국에 가면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겠다는 계획까지 다 떠오를 지경이다.

오늘은 아침에 옆방 외국인이 마룬파이브 메들리를 틀어 놓은 걸 알람 삼아 깼다. 그저께 머리를 찬물로 감았더니 목이 따끔거리고 감기의 전조가 보였는데 이불을 두장 덮고자는 노력을 했는데도 더 심해지고 말았다...... 이럴땐 뜨거운 물을 하루에 한 3리터정도 끊임없이 마시면 빨리 낫긴 하지만 메데진 수돗물은 끓이면 끔찍한 맛이 나고 생수를 끓여서 마셔버리기엔 생수 사다놓는 게 힘들다. 흑흑 나도 라삐를 깔아서 써야 하나?
어쨌든 어제 오후부터 비가 엄청나게 왔는데 아침에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이게 메데진의 우기인 것인가. 그래서 부츠 신고 우산쓰고 나갔는데 우산이 양산겸용 작은 거여서 그랬는지 가방이 다 젖어버렸다. 짜증... 앞으로 비가 많이 올 땐 가방을 앞으로 메야겠다.

학교에 도착했더니 새로운 반의 선생님 이름이 씨엘로였다.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어... 성격도 좋고 뭔가 발랄하신 분 같다. 우리 반에는 독일 사람과 지난 클래스에 수업을 함께 들었던 인도 사람이 있어서 오 여자들만 있당 했는데 뒤늦게 어떤 할아버지도 합류했다. 이분은 한국인이었는데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지금은 미국인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씨엘로가 하이로보단 좀더 수업을 탄탄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이로는 좀 설렁설렁하는 감이 있어서. 교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뭐 콜롬비아노들이 대부분 그렇게 진지하게 일하는것같진 않지만. 그래도 공부 많이 시켜줬으면... 아니면 그냥 세미인텐시보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씨엘로는 이곳저곳에서 스페인어 선생님으로 일한 경력도 되게 길고 뭐랄까 젊은데 커리어를 엄청 탄탄하게 잘 쌓아왔다.

그리고 수업 끝나고 나서 테라스에 앉아서 공부와 숙제를 하고 점심은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핫도그를 먹고 왔다. 핫도그를 주문하는데 자꾸 이거 다?? Todos?? 하고 계속 물어봐서 의아했다. 그거 다라고 해봤자 고작 감자튀김이랑 콜라 한잔에 15cm가량 되는 핫도그 한개인데...? 핫도그 한개 더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겠다.

쨌든 그러고 나서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서 물이랑 앞으로 며칠 정도 먹을 아침거리도 사 왔다. 아침에는 쌀쌀해서 가디건을 걸치고 갔는데 낮에는 비가 개고 해가 내리쬐서 매우 더웠지만 빨갛게 탄 팔에서 이제 피부 맨 바깥층이 허물처럼 벗겨지면서 극혐이 되어서 그냥 가디건을 안 벗고 땀흘리면서 옴...... 선크림은 괜히 바르는 게 아니라는 걸 참 비싸게 깨닫고 있다.

뭐 그렇다... 번역봉사 신청한 거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서어 번역을 더 하고싶지만. 누가 시켜 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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