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갔다가 카페테리아 옆에 타코가게에서 점심을 먹고(타코를 뭘 그렇게 고르라고 하는지... 뭐주세요 뭐주세요 하기 싫어서 카페테리아 안간건데 타코집에서도 그럴줄 몰랐다. 타코 만들어주는 아줌마는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이름도 안말해주고 이거 이거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고 ㅡㅡ 다 알아 듣는데)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갔는데 사람이 되게 많고 내가 생각한거랑은 다르게 대여섯 정도가 모여서 다들 자유롭게 떠드는 거였다. 그게 재밌기야 하겠지만 항상 무리를 지어서 떠들다 보면 말을 많이 하는 사람만 많이하게 되고 듣는 사람은 듣게만 되는데 심도있는 언어교환이 될지 의문이 든다. 마리아 까밀라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을 때는 한국에 교환학생 올 생각도 있다고 하길래 오 최대한 열심히 가르쳐 줘야지 했는데 나이 물어보고 나선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좀 거리를 두는거같아서 조금 슬펐다. 뭐 아니면 그냥 내가 항상 그렇듯이 어색해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리고 네시 쯤 너무 하늘이 어둑해지길래 비맞는게 싫어서 나왔는데 뽀블라도역까지 걸어가다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까봐, 그리고 그냥 걷기도 조금 귀찮아서 그냥 버스를 탔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차가 한국의 명절 고속도로 수준으로 막히는거다... 버스가 손톱만큼 움직일 때마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매연은 얼굴을 때리고... 게다가 더한건 길이 너무 막혀서인지 버스 기사가 중간에 이상한 길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한 번도 못 본 좁은 골목길로 차가 들어가서 깜짝 놀라서 구글지도 켜고 검색을 했다. 창밖으로는 막 지저분한 길거리에 똥냄새랑 쓰레기 썩은 냄새가 나고... 리어카 옆에 쓰레기가 막 쌓여있고 넝마같은 옷을 입은 비쩍 마른 사람들이 옆에 있고... 내가 뽀블라도에 살았으면 메데진에 저런 곳이 있는지 결코 몰랐겠지. 그래도 조금 돌아 가는가 싶더니 다시 원래 길로 들어갔다. 서울버스들은 GPS도 달려 있어서 그런건 상상도 못 할테고 혹시 버스기사가 맘대로 딴데로 가면 승객들이 자기 바쁜데 어디가냐고 난리를 칠텐데 여기 사람들은 그냥 앉아 있는 게 흥미로웠다. 어쨌든 한시간 거리를 한시간 사십 분이나 걸려 도착해서 따가운 눈과 칼칼한 목으로 내렸다. 아마 좀이따 코풀면 까만 코딱지도 나올듯. 너무 피곤하고 눈이 아파서 엑시토에 가서 레깅스랑 닭고기를 사는 건 포기하고 내일 가기로 했다. 저녁은 그동안 먹는다 먹는다 말만 한 라면에 달걀 두개 넣어 끓여 먹어야겠다.
언어교환이 조금 아쉽다. 일대일이나 그게 아니라도 정해진 멤버로 각잡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전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꼭 집어 한국어를 원하는 사람도 없어서... 신기하게 여기에 독일인들이 많이 오고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빠이사들도 많다. 부러운 독일놈들. 독일은 식민지도 다 뺏겨서 독일빼곤 독일어 쓰는 나라도 딱히 없을텐데 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난 4개월동안 친구 하나도 못만들고 한국 돌아가게 생긴듯. 한국인 친구 만드는 방법도 모르는데 외국인친구를 무슨수로 만듦..? 여기 올때 다들 친구 많이 사귀라고 하던데 정말 싫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게 친구 만드는건데. 차라리 번지점프를 100번 하는게 쉽다.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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