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작은 스트레스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고방식을 기르는 게 필요할 듯하다. 내가 정말로 흔치 않은 동양인이긴 하지만 지들도 얼굴 빤히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란 걸 알면서 왜 그러는지 알수가 없네. 그리고 가족들의 카톡도... 가족들이 뭐 해봤냐 먹어봤냐 자꾸 이런거 묻는게 너무 싫고 해야 되는 일 안한것같지만 그런거에도 스트레스 안 받고 싶다.
학교 다녀와서 환전을 하려고 엑시토에 갔다. 남은 달러들을 다 환전했으니까 그걸 산따마르따 가서 쓸 생각이다. 이 돈을 다 쓴 다음부터는 시티체크카드로 돈을 뽑아 써야겠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산다면 생각한 것보다도 생활비를 좀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엄청나게 절약해서 살고 있으니까... 좀더 외식을 해도 괜찮아 보이지만 이 집 위치가 워낙 그래서 내가 라우렐레스에 가서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매일 가는 수고를 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살 것 같다.
별로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오늘 수업 끝나고 학교 테라스에 앉아서 숙제를 하는데 뒤에 콜롬비아 애들이 몇명 모여서 영어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껴서 도와주고 싶다고 하고 싶었지만... 여기 애들은 내가 동양인이라서 영어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다 영어 할줄 아냐고 물어봄. 아니 그럼 내가 한국말밖에 모른다면 뭘 믿고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하면서 붙잡고 흔들고 싶지만...ㅎㅎ...
어쨌든 엑시토 가서 환전하길 기다리면서 인간들이 하도 쳐다 보길래, 여기 와선 억지로 입꼬리라도 조금 올리고 살았지만 갑자기 짜증이 확 솟구쳐서 한국에서 하던 대로 인상 잔뜩 구기고 돈 바꾸고 파스타 면을 사 왔다. 오는 길에는 피곤해져서 버스를 탔는데, 내가 타는 시르꿀라르 수르 302는 에아핏에서 산안토니오까진 승객이 많지만 산안토니오를 지나면 다들 내리고 텅텅 빈다. 그리고 종점까진 거의 사람이 안탄다. 오늘은 나빼고 사람들이 다 내려서 기사양반이랑(젊어보임) 옆에 도와주는 아저씨가 나한테 샛길로 빨리 가도 되겠냐고 막 물어보고 하다가 막 얘기도 하고 그랬다. 일본인이냐고 하면서 구글번역기로 일본어로 어디가냐고 막 그러길래 아니라고 하고 여기서 공부하고 있다고도 하고 엄청 크게 노래틀고 가면서 내릴땐 조심하라고 하고 악수도 하고... 그땐 참 좋았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사람들 때문에 긴장하고 경계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하는게 힘들기도 하고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집에 와서 그냥 낮잠을 잤다. 자꾸 집에 그냥 오게 되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걸 마음으론 알면서도 심리적으로 집이 안전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일찍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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