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연습

6천 년 전의 껌 안에서 껌을 씹은 소녀의 DNA가 발견되다

spoke 2019. 12. 18. 16:23

자작나무 수액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소녀의 구강 내 박테리아군과 송진을 씹기 전에 먹은 음식까지 밝혀져

거의 6천 년 전의 나무 수액 덩어리에 이를 씹은 이의 잇자국이 보존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수액 덩어리를 분석하여 그 안에 보존된 사람의 DNA와 더불어 사람의 구강 내에 서식하고 있던 박테리아의 DNA까지도 얻어낼 수 있었다. 또한 DNA의 주인이 앓고 있던 질병의 바이러스 DNA와, 수 천 년 전에 이 껌을 씹은 이가 그 전에 무엇을 먹었는지조차도 파악해 냈다. 유전학을 통해 알아낸 사실에 따르면, 이 껌의 주인은 갈색 머리칼과 피부, 그리고 밝은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과학자들은 이 소녀에게 롤라(Lola)라는 이름을 붙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래 된 DNA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졌으며, 하물며 뼈나 치아 같이 시간이 흘러도 비교적 형태가 유지하는 물질이 아닌 곳에서는 더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의 검시관들이 그러하듯 과학자들도 누군가와 접촉한 물체로부터 인간의 유전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입 안에 넣고 씹는 것만큼 내밀한 접촉이 또 있을까?

과학자들은 덴마크 남부의 실톨름(Syltholm) 유적에서 발굴된 이상한 돌 조각을 가지고 실험에 나섰다. 타르나 송진처럼 보이는 이 자작나무 수액 덩어리는 약 5,660년에서 5,858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얇은 진흙 층에 묻혀서 잘 보존되어 있었다. 구석기인들은 이미 그 시대에 자작나무의 껍질을 태워서 얻어낸 수액을 이용해왔던 것이다. 수액 덩어리가 무기와 도구들과 함께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이는 접착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부 유럽에서는 이 수액 덩어리가 여러 번 잇자국이 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수액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씹은 자국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 작은 수액 조각을 분석한 결과 여기에 많은 양의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수액 덩어리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한 사람의 완전한 유전체를 이루어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DNA를 얻어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이 자작나무 수액덩어리를 씹었던 이는 여성이며, 어두운 색의 머리카락과 피부 색을 가졌으나 눈은 녹색이나 초록색 등의 밝은 색이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코펜하겐 대학교의 교수이자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하네스 슈뢰더(Hannes Schroeder)는 "자작나무 송진은 무엇보다도 뗀석기의 제조에 쓰여 왔으나, 그 외에도 살균과 박테리아 감염 억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어금니의 치통을 완화하는 데에도 쓰였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복구된 유전체에서는 인간이 소화 불량 없이 동물의 젖을 마실 수 있게 해 준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유당 소화 돌연변이는 약 만 년 이전에 나타났고 조금씩 변화해 가며 자손들에게 전해져 왔다. 이 모든 유전 정보들로 하여금 유전체의 주인인 소녀가 수렵-채집을 하는 무리의 일원이었으며 껌을 씹은 시점에서 아직 동쪽이나 남동쪽에서 온 이민자들과 함께 유럽에 도달한 신석기 시대를 맞지 못했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 껌은 그 외에도 더 많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슈뢰더 교수는 "구강 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또 중요한 몇몇 바이러스의 DNA도 발견되었다" 고 말했다. 구강 내 미생물군의 유전체들에서는 나이세리아 섭플라바(Neiserria subflava)와 같은 공생균이나 유익균들이 있었으나 반대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나 트레포네마 덴티콜라(Treponema denticola)와 같은 해로운 균들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는 소녀가 심한 치주 질환을 앓고 있었음을 의미하며, 치통을 줄이기 위해 자작나무 수액을 씹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게다가 침샘세포를 공격하는 엡스타인-바(Epstein-Barr) 바이러스의 유전자도 함께 검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인간의 것도, 박테리아도 아닌 유전자였는데 일부는 동물성으로 큰 오리의 것이었으며 다른 일부는 식물의 유전자로서 정확히 파악한 결과 개암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소녀가 껌을 씹기 전에 먹은 음식의 유전자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 6천년 전의 껌은 사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껌은 아니다. 2007년 영국의 한 과학자가 사람의 잇자국이 난 자작나무 수액 덩어리를 핀란드에서 발굴해 낸 적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수액 덩어리에서 인간의 DNA를 분석해 내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스웨덴의 과학자들이 서쪽 해안가에 있는 후스비-클렙(Huseby-Klev) 유적지에서 발굴된 세 조각의 수액 덩어리를 분석한 결과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의 유전 정보를 얻어낸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연구자이자 위 논문의 제 1저자인 나탈리아 카슈바(Natalija Kashuba)는 자작나무 수액에 난 인간의 잇자국 사이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DNA들이 발견되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카슈바는 "지금까지 우리 팀의 논문에 인용된 3건의 사례와 이번에 덴마크에서 발견된 수액의 분석까지 총 4건의 DNA 분석이 이루어졌다. 이는 고고학계와 더불어 DNA 분석을 하는 연구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이는 잘 보존된 표본의 상태와 과학적 호기심, 그리고 더불어 약간의 행운이 모두 어우러져 이루어 낸 결과이다" 라고 말했다. 

 

전문 출처: https://elpais.com/elpais/2019/12/17/ciencia/1576572028_4944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