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10일째, 메데진현대미술관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나가기가 겁나 싫었다. 월요일부터 계속 학교 다닌다고 밖에 나간 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원래 과타페에 가려고 했지만 너무 귀찮아져서 그냥 더 가까운 옵션을 선택했는데 여기도 좋지않은 경험을 하게 해 줬다.
메데진 현대미술관-무세오 델 아르떼 모데르노 메데진,MAMM-은 지하철 타고 인두스트리알레스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있었다. 건물은 총 5층인데 오늘 갔을 때는 2층 3층은 뭐 준비중이라서 닫았고 4층만 관람가능하고 5층은 테라스라고 했다. 4층에서는 콜롬비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데 70~80년대부터 시작한다. 뭐 조각이나 그림이나 영상예술등이 섞여 있는데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서 전시되어 있다.
그렇게 볼만한 것들이 많지는 않고 나는 예전 메데진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흥미로웠다. 그거 말고는 뭐 딱히... 그리고 나서 일층의 기념품 샵으로 갔는데 엽서 몇 장과 메데진 풍경을 담은 안경닦이를 사고 나서 14,100뻬소가 나왔다. 5만 뻬소짜리가 많아 그걸 깨고 싶어서 오만 뻬소 지폐를 줬더니 만사천은 없냐길래 싫지만 만오천뻬소를 줬는데... 근데 계산대에 있던 이 사람이 거스름돈을 안주는거다. 고작 900뻬손데.
여기 사람들은 아직 도덕적 발전이 덜되었는지 기회가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남겨먹으려는 것 같다. 특히 외국인들한테. 마트나 식당에서 이런 적은 없는데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에서 주로 이러는 것 같다. 버스도 평소에는 2,300뻬소를 내고 탔는데(그동안 버스 5번 탔는데 매번 다른 기사가 다 2,300뻬소를 받았다) 오늘은 2,200뻬소를 받고 100뻬소를 거슬러 줬다. 도대체 요금이 얼마란건지? 집주인은 2,500뻬소일거라고 했는데 누가 맞는건지 내가 바가지를 쓰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 거지 같은 메데진 버스에는 요금표도 안 붙어 있거든. 아 잠깐 혹시 나를 미성년자로 착각한건가..?
하여튼 나는 이런 거에 대해선 양심있는 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이젠 돈받으면 이새끼가 혹시 거스름돈 덜주진 않았을까 신경이 쓰이고 그렇다. 전에 환전할 때 좀 크게 해서 5만뻬소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정말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화가 나서 아예 뻬소로 돈을 뽑으려고 시티뱅크를 찾아 봤는데 미술관에서 조금 멀고 게다가 막 자동차랑 오토바이정비소들이 즐비한 곳 쪽에 있길래 무서워서 그냥 버스타고 집에 왔다.
오면서 이번엔 엑시토에 가서 장보고 슬리퍼도 사는 겸 오만뻬소를 꼭 써야지 했다. 그래서 파스타면과 소스 과일 소금후추등등을 사면서 깨는데 성공함. 엑시토 라우렐레스 찾아 가느라 또 조금 헤매고 그래서 집에 돌아온 지금은 발이 좀 아프고 피곤하다. 정말 길 건너는것도 존나 힘들고 아휴...... 아마 콜롬비아 사람이 우리 나라로 유학오면 너무 춥고 질서 지키는게 갑갑해서 죽으려고 할거다. 근데 미세먼지엔 잘 적응할 것 같다. 메데진 공기가 얼마나 안좋은지 ㅡㅡ
현대미술관에서 메데진 옛날 풍경을 보면서 느낀 게 한국의 기성세대들이 왜 박정희를 차마 그냥 비판하지만은 못하는지 알 것 같단 거였다. 60~70년대 메데진은 한국에 비하면 별세계다. 근데 80년대부터 역전되면서 지금은 메데진이 어디 지방도시처럼 보일 정도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메데진의 주력산업은 아직도 2차에서 3차산업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다. 그래서 도시 한가운데에 아직도 자동차정비소 등등이 막 있고(특히 엑스포지시오네역쪽) 시에서는 서비스산업으로 주축산업을 옮기고 싶어한다고는 한다. 근데 친환경 도시가 되기엔 버스나 지하철노선들이 시민들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 조화롭게 구비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트램은 도시의 특성을 잘 살린 좋은 공공이동수단이지만 아직 시내 중심가에서는 자가용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지무지하게 많고 그래서 공기가 매우 좋지 않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느낀 건데 얘네 버스노선같은게 메데진 시에서 관리하는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 아닌 것 같다. 서울버스는 gps도 달려있고 정해진 배차 시간에 맞춰서 버스들이 운행한다면 여긴 좀... 중구난방이다. 가다 보면 똑같은 버스를 몇 대는 만난다. 교통체증도 굉장히 심한편이고.
이 도시가 발전하려면 교통문제를 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뽀블라도쪽으로 이사를 가서 버스 탈일을 없애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