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ke 2019. 6. 18. 06:14

오늘은 레벨 7의 새 코스를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아재가 돌아가버려서 사람이 단 세명뿐이면 수업이 좀 재미가 없겠다 싶었는데 웬일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생각해 보니 방학을 하고 잠시 콜롬비아에 와서 여행도 할 겸 스페인어 코스를 듣는 타국의 대학생들이 몰려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반은 무려 7명이 되었다. 나를 포함한 세명은 (지겨웠던)레벨 6을 같이 들은 사람들이고 네 명은 각각 미국에서 온 고등학생 여자애와 남자애, 프랑스 사람 하나와 영국 사람 하나였다. ㅎㅎ 여자가 다섯이고 남자는 둘뿐이다. 미국에서 온 고등학생들은 둘 다 아버지가 메데진 사람이라서 할아버지 댁에 묵고 있다고 했다. 여기 와서 느낀 건 여권을 두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매우 많다는 거였다. 완전한 한국인 가정에서 백퍼센트 한국인처럼만 이십팔년간을 살아온 나는 너무나 우물 안의 개구리 같고... 뭐 그렇다. 어쨌든 선생님은 레벨 5에서 만났던 디아나 선생님이다. 확실히 클래스 6의 선생님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했다. 

그런데 다만... 너무 지겹다. 요새는 문득문득 메데진에서 지내는 걸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먹고 잠깐 학교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어떤 콜롬비아노가 오더니 혹시 일본인이냐고 자긴 일본어 공부중이라고 하길래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인사하고 그냥 가 버렸다. 흠... 한국어는 굉장히 수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인 것 같다. 학교 다녀 오면서는 마트에 들렀다 왔는데 입구에서 나갈 때 가드가 갑자기 나한테 영수증을 보자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오늘 입은 옷이 확실히 좀 별로인 옷이고 피곤하고 머리 아파서 얼굴도 찌푸리고 있긴 했지만 내가 관광객처럼 안 보인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나는 여기 오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물론 그 시선들에 신경쓰지 않고 무시하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무시를 한다고 날 보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일단 내가 신기해서 보고, 내가 옷을 잘 입었는지, 예쁜지 아닌지,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등등까지 다 보는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처럼 대놓고 너 얼굴에 뭐 났다느니 오늘 왜 화장을 안했냐느니 화장 안 하니까 아파보인다느니 하는 무례한 말은 안 하지만 태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짜증나고 피곤하다.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으니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