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47일 째
점점 올리브색이나 회색 옷을 입었을 때 치나소리를 듣게 된다는 나만의 우스운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단조로운 옷 색깔에 헐렁한 바지 입고, 화장 안하고, 안경쓰고, 맨얼굴에 머리 질끈 묶고 다니면 더 그럴 것 같다. 전에 뽀블라도에서 세탁소에 갔을 때도 내가 맡긴 옷들이 다 올리브색, 검은색, 흰색이라서 남자 옷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던 걸 떠올리면 더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 수업 시작 전에 존 아저씨랑 수다 떨면서 들은 것만 해도 놀라웠다. 여기 사람들은 반 정도는 고등교육을 못 받는다고 했고, 대다수가(존아저씨피셜 70%, 존은 여기 산지 4년이 넘었으니까 그 동안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최저임금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기념품샵이나 마트 같은 데에서 거스름돈 천 뻬소 이천 뻬소 정도를 빼먹고 안 주는 것도 이해는 갔다(하지만 인정은 못한다). 메데진 중심가에서 양복 입고 일하는 사람들 말고 내가 볼 일이 별로 없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 나오는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같지만. 궁금하긴 하다. 여기서 일하는, 나보다도 젊어 보이는 메데진의 청년들은 대부분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받는지, 주로 뭘 좋아하고 무엇을 꿈꾸는지, 학교는 얼마나 다니는지 등등.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글을 잘 써서 칭찬을 받았지만...... 기분이 좋아져서 점심을 먹으러 간 맥도날드에서는 캐셔가 뭐라뭐라 하는데 못 알아 들어서 절망하고 왔다. 현지인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 듣는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단어나 문장 맨 끝에 붙은 s를 거의 발음을 안 하다시피 하는데 거기에 좀 적응하고 싶다. 제발.
이번 주 수요일은 노동절이라서 쉰다. 그때 기운이 나면 엑시토에서 과일이나 여러 종류 사와서 사진 찍고 리뷰해서 올릴까 싶다. 금요일에는 10분짜리 발표와 미니 글쓰기 시험이 있고, 발표를 위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10분짜리 발표니까 매끄럽게 하려면 역시 구글에서 그때그때 사진 검색해서 띄우기보다는 아예 프레젠테이션을 조그맣게나마 만들어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