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ke 2019. 4. 28. 06:30

오늘 아침에는 학교에 처음 다녀왔다. 오리엔테이션이 8시라서 혹시 지하철이 붐비거나 길을 헤매도 늦지 않을 겸 집에서 6시 40분에 나왔다. 열심히 걸어서 플로레스타까지 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미친... 토요일 낮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퇴근길 2호선의 악몽이 왜 콜롬비아에서 재현되는 것인지. 그래도  B호선은 괜찮았는데 A로 갈아타자마자 산안토니오에서 인두스트리알레스까지 완전 껴서 갔다. 으 그나마 세 정거장이라 다행이지. 어쨌든 충격과 공포의 등교길이었다. 뽀블라도에서 내려서 걸어서 학교로 갔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난 도박을 하는 걸 싫어하니까 안전하게 걸어서 갔다. 뭐 그정도 거리면 걸을만하다.

에아핏 언어센터 빌딩은 꽤 높고 잘 되어 있었다. 들어갈 때도 학생증을 대야 하더라. 나는 카드를 아직 못 받아서 가드한테 여권 보여주고 정보 대조해서 들어감. 이 짓을 다음주에 카드 나올때까지 해야 한다. 오리엔테이션 수업에 들어갔더니 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왔고 아시아인은 나 빼고 중국인 여자 한명뿐이었는데 그 사람은 스페인어를 되게 잘하는듯했다. 부러웠다......

오티 끝나고 나서는 어디 교실로 갈지 알려줘서 그리로 갔다. 선생님 이름이 하이로였던 것 같다. 뭐 몇년 전에 베트남에서 일했다고 했나. 어쨌든 우리 반은 이전 레벨에서 올라온 사람이 세 명이고 나랑 어떤 미국인이랑은 새로 와서 총 5명이다. 이 미국애는 아빠가 쿠바인이라서 스페인어를 좀 안다고 했다. 얘는 딱 미국인 남자 십대처럼 보여서 그런지 약간 거만해 보였다. 다른 세 사람은 남편이 여기로 발령받아서 따라 온 인도분이랑, 여자친구가 메데진 사람이라 와 있는 캐나다 남자랑, 에리트리아에서 온 남자가 있었다.

아 근데 이 선생님은 좀 내가 말을 맘놓고 못하게 하는 것 같다. 동양인은 말수가 적고 수줍네 뭐 이딴 선입견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좀더 말할 수 있는데 그냥 한국은 이러이러하죠-하면서 빨리 넘기려고 하는 느낌이다. 첫 시간이라 바빠서 그런가? 수업을 더 들으면서 봐야겠다. 아니 내생각엔 내가 이 클래스에서 말 제일 잘하는것같은데. 미국 애도 말 잘 하긴 하지만 걔는 십대답게 우물거리면서 말을 먹어서 좀 안들린다. 아 근데 나도 말 먹는거 아닌가 걱정이네. 크게크게 말해야 알아듣는 것 같던데.

그리고 나서 캠퍼스 투어도 갔다. 미국인 두명과 함께... 음 미국사람들은 영어권력을 놓치질 않는다. 좀 그만좀 영어로 떠들었음 좋겠다. 내가 스페인어 배우려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 콜롬비아까지 와서 니들이랑 영어로 말해야겠니.

점심은 학교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식당가에서 메누델디아가 얼마더라? 만 페소 정도여서 생각보다 비쌌다. 한국 학식정도라니. 물론 아레빠 꼰 께소같은 다른 메뉴는 싸게 먹을 수 있긴 해도 그래도 너무 이곳 물가를 얕잡아보는 건가. 근데 슈퍼에서 장 몇번 보고 나면 사먹는게 너무 비싸보인다. 내가 해먹으면 여기서 감자 한두 알은 이백원정돈데 하는 생각이 막 들면서 가성비충의 영혼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그만......

생각해보니 아직도 아레빠를 못 먹어보았다. 근데 뭐 굳이 찾아서 먹어야 하나? 반데하 빠이사면 몰라... 근데 난 순대도 삼겹살도 싫어하는데 굳이 반데하 빠이사까지도 먹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 맛집투어 하려고 온 것도 아닌데.

으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낮은 레벨로 간 것 같다. 낮은 레벨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솔직히 영어가 더 편해보이던데! 길게 줄줄 말하지도 못하고!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