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 41일 째
아침에 일어나면 야구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되었는데 오늘은 좋아하는 선수 선발임에도 불구하고 대패하고 말았다. 슬프다.
한국 음식이나 한국 배달서비스나 그런게 막 그립진 않은데 딱 하나 너무 하고 싶은 건 남자친구랑 야구장에 가는 거다. 야구시합 볼 생각을 하면서 날씨 좋은 주말에 팔짱 끼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기분 좋게 잠실이나 고척으로 가는 게 얼마나 설렜던지.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줄 서 있고 앰프 소리가 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너무 그립다. 고척돔의 시원하고 경치좋은 4층도 좋고, 잠실의 탁 트인 네이비석도 좋고, 옆자리에 앉아서 애인이 예쁘게 찢어 준 치킨 먹는 것도(참 이런 작은 데에서 엄청 큰 행복을 느낀다), 시원한 맥주 한 캔 하는 것도, 얼굴 빨개져서 한 손에 맥주캔 쥐고 응원하는 것도 그립다. 공수교대 시간에 간식 사 오는 것도, 한참 경기에 집중하다가 하늘 저편으로 노을이 질 때 야구장 너머로 보이는 붉게 물든 다른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그립다......
오늘은 잠이 좀 일찍 깬 김에 그냥 일찍 일어나서 가기로 했다. 메데진 택시가 위험하다는 말을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하도 봐서 서울에서 안 써본 우버를 깔았는데 어제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우버가 '내일 메데진의 차없는 날이래! 그래서 우리도 운행 좀 줄이려구ㅎㅎ'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낸 걸 봤다. 그래서 혹시 지하철에 사람이 많으려나...?하면서 일찍 나갔는데 괜한 기우였다.
학교에 가서 좀 정신없이 수업을 듣고(새 선생님의 목소리가 좀 크고 뭐랄까 액션도 큰편이시다) 달고 시원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그라니싸도를 마시고 숙제하다가 점심도 학교에서 먹고 버스타고 집에 왔다. 수업에서 좋았던 점은 선생님이 제한시간동안 옆 사람이랑 짝지어서 계속 말하게 시킨다는 거다. 이렇게라도 열심히 말해야 실력이 늘지...... 나한텐 아주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지 잘 모르겠다. 여튼 내일은 작은 발표도 하는데 이것도 좋아보인다. 그리고 요새 메누델디아가 너무나 맛있다 ㅋㅋ; 무슨일이람.
이제 집에 들어왔더니 약간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안 올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조금만 쉬고 공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