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30일 째
시간이 참 안 간다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헉 벌써 한달이나... 이런 생각보단 아직도 여기서 세달이나 더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이 난다. 그만큼 콜롬비아에, 메데진에 정을 못 붙였다는 뜻이겠지.
오늘은 이 웃기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걸어서 학교로 갔다. 나가기 전까진 우버 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걷다 보니 금세 갈 수 있을 것 같길래 그냥 걸어 갔다. 대신 올 때 우버 타야지 했는데 올때도 걸어옴;; soy muy tacaña... lo admito...
여튼 학교에 가서 말하기 테스트를 했다. 벌써 마지막 수업이라니... 수업 몇번 못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도 한국인이므로)분위기 극진지하고 애들은 잘못도 없는데 잘못한 사람들처럼 쫄아서 시험치고 누가 잘한다 싶으면 딴애들은 다 기죽고 이런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그거랑 딴판이라서 놀랐다. 다들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프레젠테이션 만들어 온 사람은 그거 틀어주고 아니면 글만 써 온 사람들은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아 가서 보여주면서 자기가 한 여행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테스트가 끝나고 나서는 선생님이 한 명씩 불러서 시험본거랑, 잘하는 점이랑 앞으로 유의해서 공부하면 좋은 점 같은걸 얘기해 줬다. 선생님이 나한테는 잘 하니까 목소리 크게 하고 겁먹지 말고 자주 듣고 자주 말하라고 해줬다. 딴사람들한테는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지만 일대일로 얘기해 준 거라 모름ㅎ
어쨌든 내가 초딩때 발표같은걸 하고 나면 선생님들이 했던 말이랑 똑같은 말을 듣고 있으니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한 달 간의 수업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나는 인텐시보로 드디어 옮긴다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수업 청강이 가능한 수업 리스트를 받으러 갔다가 ‘근데 인텐시보 반이 없어,,, 너 세미인텐시보 들어야 돼,,,’하는 말을 듣고 매우 빡쳤다. 나는 빨리 진도를 빼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 베도스 봐야 하는데..... 개인수업을 신청할까... 근데 개인수업은 가격이 두배다. 아 시발 진짜 고작 세 명도 없다는건가!! 아아악
어쨌든 그러고 나서 왠지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학교 안에 있는 후안발데즈에 가서 네바다 깜페시노를 마셔봄. 커피는 맛이 별로 안 진한거 같은데 대신 위에 크림이 맛있었다. 콜롬비아 와서 느낀 건 역시 커피원두는 그냥 그렇고(좋은건 다 수출해서) 대신 우유가 존맛이라는 거다. 한국에서는 우유 1리터에 육천원 칠천원씩 하는데 여기선 이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고 맛까지 더 고소하고 풍부하다. 얘네가 파는 초코우유들도 맛이 달지 않고 진한데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이디오마 센터로 돌아와서 테라스에 앉아서 서어로 일기를 썼다. 신기하게도 술술 잘 써져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역시 한국에서 6년공부할거 유학가면 반년만에 공부된다는게 과언이 아닌거같다. 정말 신기하게 이렇게 기분좋기가 여간해선 힘든데 걱정도 안 되고 아주 좋았다. 날씨가 좋았어서 그랬을지도...? 창문 없는 방이라니!ㅋㅋㅋ
그리고 점심으로 카페테리아에서 메누델디아를 사먹고(덕분에 고기를 섭취했다. 집에서 요리해먹을때는 달걀이 아니면 동물성 단백질을 안먹었는데 이렇게라도 챙겨먹게 되니 좋다. 그리고 좀 더 햇빛을 느끼다가 호텔에 왔는데.. ㅎㅎ... 이쪽에 있는 작은 엑시토에 들러서 물이랑 과자 사다가 또 거스름돈 제대로 못받음ㅎ
아 왜 자꾸 이러는지 정말 정신이 빠졌네! 그 엑시토는 구글맵스 리뷰에도 직원들이 사기치려고 하니 조심하라는 당부가 있는 곳이었는데 나는 현금결제하니까 상관 없겠지 하고 안이하게 있다가 1900뻬소 못받았다.
ㅋㅋㅋ... 씨발... 이 나라엔 관광객 등쳐먹으려는 인간이 왜 이렇게 많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