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29일 째
에어비앤비 숙소를 제때 연장 못해서 산따마르따 가기 전까지 삼일동안 뽀블라도 근처 호텔에 묵으면서 남기는 후기.
사실 호텔도 아니고 모텔이나 좋은 고시원 수준이다. 나는 빠르께 예라스에 한 번도 안 와 봤기 때문에 전혀 이럴 줄 몰랐지. 이 근처는 호스텔이랑 값싼 호텔들이 (메데진 보통 외식물가보다 비싼)음식점들과 함께 밀집해 있다. 나는 엘리먼트 호텔을 예약했는데 글쎄 체크인을 하고 보니까 방에 창문이 없었다.
...?? 한국은 대부분 모텔도 창문 있지 않나? 메데진의 호텔수준에 충격과 공포... 물론 하루 묵는 가격은 한국 모텔의 몇시간 대실 가격 정도긴 하지만 글쎄...하하 나처럼 돈쓰는게 너무 아까운 구두쇠가 아니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모든 방이 창문이 없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건물 구조상 옆건물들이랑 붙어 있어서 이 방보다 좀더 비싼방이 아니면 다 이런것 같다.
그리고 극혐인 점이 방음이 거의 안된다. 라운지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음악듣는 소리가 방으로 그냥 다 들린다. 창호지 수준의 문은 이럴거면 왜 달아 놓은건지...?
그리고 이게 진짜 중요한데 콜롬비아 여행 오는 한국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한 것: 돈이랑 카드랑 여권 잘 챙기기.
체크인을 하고 나서 좀 누워 있다가 목이 말라서 냉장고를 열어 봤더니 준다던 물이 없어서 그냥 사러 나갔다. 근데 나가기 직전에 근처 슈퍼를 찾으러 구글맵스를 보다가 바로 옆에 위치한 호스텔 리뷰를 봤는데 매우 화가 난 어떤 외국인이 호텔 직원들이 손버릇이 나쁘니 귀중품은 무조건 금고에 보관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장문의 리뷰를 본거다. 원래 지갑만 들고 나가려다 걱정이 되어서 가방에서 옷이랑 책만 빼 놓고 여권과 지갑을 가방에 넣고 가방을 메고 나가서 물이랑 간식을 사 와서 가방에 넣고 왔는데. 다녀오니까 원래 없던 목욕수건이랑 그런걸 갖다 놨더라.
아니 원래 손님이 체크인 하고 나서 어메니티를 뒤늦게 갖다 놓는게 흔한가? 호텔에 묵을 일이 거의 없어서 진짜로 잘 모르겠는데 궁금하다. 내가 혹시라도 돈이 든 여권지갑을 가방에 그냥 두고 갔으면 도둑맞을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하니 아찔하다.
나는 스페인어 회화+델레 베도스+서어권 체류 이력을 만든다는, 철저히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콜롬비아에 온 거지만 남미에 환상을 가지고 꼭 방문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조금 궁금하다. 그런 생각으로 왔다가 실망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메데진 사람들... 물론 좋은 사람들도 진짜로 있긴 있는데 그 비율이... 참고로 오늘은 치나 타령 세번 들음ㅎㅎ
이런 식이다.
상황: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바뀌기를 기다리는 중 남자 두명이 옆에 와서 한 명이 말을 걸음
남자 1: Hola buenos días, de dónde eres? (안녕, 너 어디서 왔어?)
나: Buenos días, soy de corea (안녕, 나 한국사람이야)
남자 1:oh corea... pasó mucho tiempo aca? (아 한국. 여기서 오래 지냈어?)
나: (조금 버벅임) sí (응)
남자 1: estudiar? (공부?)
나: sí, sí (응응)
남자 2: (남자 1에게) de dónde es? (어디서 왔대?)
남자 1: de corea y de china (한국이랑 중국) 그리고 웃음
나: (쳐다봄)
남자 1: (시선 피함, 신호 바뀌자) chao te cuidas (잘가 조심해)
그렇다. 보통 이런일은 한국에선 겪을수가 없다. 그래서 듣긴 했는데 나 치나 아닌데...?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한거지..? 나 혼혈아닌데...? 이러고 도대체 저런 말이 나오게 된 맥락이 뭔지 생각하다 보면 아 이새끼가 분명 내말 잘 알아 들었는데 그냥 인종차별 하고 싶어서 했구나 하는걸 횡단보도를 다 건너고 한블록 지나도록 걷고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뭐 내얼굴 보고 나서 뒤에서 니하오 하는건 자주 겪는 일이고... 꼭 이런새끼들은 앞에선 말 못하고 그런다 싶었는데 오늘은 눈이 마주쳐서 인사했더니 얼굴 보고 지껄이는 새끼를 보질 않나..ㅎㅎ..
신기한건 치나 지랄하는 새끼들은 100%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무세오 델 까스티요에서 째려본 여자 하나 빼곤(그리고 걔는 직접적으로 말로 뭐라고 하진 않았다. 적의를 눈에 가득 담아 날 봤을뿐...) 물론 각자의 결이 다르긴 하지만 나는 인종차별이란 자신의 우월함(찌질하게 단지 ‘다수’임으로 획득하는 우월함이라도)을 드러내거나 혹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가리기 위해 먼저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이렇게 자기의 사회적 위치에 집착하려고 드는건 남자라는 걸 잘 알겠다.
지금 에아핏 이디오마센터에 중국여자애도 하나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조금 궁금하다. 나는 꼬레아나인데 치나 소리를 들어서 빡치지만 걔는 진짜 치나인데 미개한 메데진새끼들이 자기 국적을 가지고 남을 비하하려고 드는 걸 보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지...
휴 한숨이 나온다. 마음에 안 드는 시끄러운 호텔에서 3일이나 자야 한다니......그리고 세탁도 잘 해서 잘 챙기고 산따마르따에 가야 한다니... 그리고 3일동안 투어도 해야한다니.....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