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23일 째
오늘은 학교에 다녀오는 서너시간동안 치나 소리를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분석을 해 보면 이곳 기준에서 후줄근하게 입었을 때 치나소리를 많이 듣고 반대로 이곳 기준으로 좀 꾸몄다 싶으면 하포네사 소리를 듣는다. 한번 박힌 이미지는 쉽게 안 바뀌는듯... 어쨌든 97%의 멀쩡한 사람들은 아무말 안하고 지나가고 2%의 병신이 치나 치노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고 1%의 사람들은 먼저 웃으면서 다가온다. 이건 어딜 가든 마찬가지겠지?
안그래도 오늘 수업하면서 선생님이 자꾸 말하라는 얘기를 하고 특히 나한텐 치나냐는 소리를 많이 듣겠지만 그럴 때 치나아니고 꼬레아나라고 자꾸 말하면서 말을 트라고 했다. 근데 나한테 치나! 하고 지나가는 놈들은 나랑 대화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지들이랑 다르게 생긴 사람한테 뭐라고 소리를 치고 싶을 뿐인 새끼들 아닌가 ㅡㅡ
말이 나온 김에 조금 써 보자면 메데진에서 젊은 여자의 예쁜 옷차림이란 이렇다:
- 겉옷은 청재킷이 단연 인기가 많다. 헐렁하면 안되고 몸에 꼭 붙고 쇠단추가 달린 한국에서도 흔히 입는 청재킷, 절대 연청이나 회색은 안됨, 진청색에 워싱있는것. 가죽재킷도 입긴 입지만 흔하지 않다. 좀 편하게 입으면 후드티. 비가 오고 쌀쌀하면 유니클로 후리스같이 안에 털달린 후드도 입는다(여기가 아무리 추워봤자 18~20도 정도일텐데!)
- 가슴이 푹 파인 티셔츠나 민소매옷, (H&M이나 포에버21같은데서 많이 파는)얇은 꽃무늬 블라우스나 무난한 줄무늬 혹은 민자 셔츠. 반대로 니트, 가디건, 터틀넥같은건 거의 안 입는다. 목을 가리는 옷을 본적이 없다.
- 치마는 거의 안 입는다. 치마 입은 사람은 중장년층 이상 여성들만 본듯... 그나마 그분들도 무릎길이나 아니면 롱스커트. 짧은 치마는 진짜 단한번도 못봤다. 내 생각이지만 짧은 치마 입으면 헤픈 여자라는 인식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대신 청바지를 엄청 많이 입고 다 스키니 아니면 스트레이트다. 여기선 와이드팬츠는 할머니들만 입는 바지이고 레깅스도 잘 안입는다. 지하철 타면 진짜 다 바지투성이다. 핫팬츠는 주말에는 가끔 보는데 주중에 일하는 곳이나 학교에는 절대 안 입고가는듯. 에아핏 안에 대학생들도 짧은 바지는 안 입는다.
- 그리고 옷들을 되게 컬러풀하게 입는다. 무채색류는 거의 외국인들만 입는 것 같고 현지인들은 청바지에 색깔 있는 티가 기본인 느낌.
- 신발은 웨스턴 부츠나 앵클부츠류를 많이 신는다. 운동화는 거의 남자들만 신는다.
- 그리고 네일을 꼭 하는 애들이 되게 많다. 한국에서처럼 파츠 붙이고 그런 거는 거의 없고 단색으로 깔끔하게 끝내버리는데 대신 색깔들이 엄청 튄다. 얘네는 피부색이 꿀색이니까 그게 되게 잘 어울려서 예쁘긴 하지만 예쁜 길이로 손톱 기르고 모양내고 벗겨지면 지우고 또 바르고 하는 게 엄청나게 귀찮을텐데 열심히도 하는 것 같다.
- 화장은 눈에 공을 많이 들이는데 특히 마스카라를 열심히 해서 눈이 두배가 되어보인다.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부화장이랑 섀도 그라데이션같은걸 열심히 한다면 여긴 피부따윈 상관없고 마스카라 몰빵... 그리고 건강해보이는 이미지가 먹히는 것 같다. 그을린 피부?
그리고 한국처럼 여자들은 옷입는데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남자들은 안 그렇다. 남자들은 그냥 편하게 헐렁찬 청바지에 아무 티셔츠나 주워입는다. 그래서 먹히는 남자옷은 쓸게 없다... 꾸미는 데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의 비율이 서울보다야 훨씬 높아 보이긴 한다. 남자들이 피어싱도 많이 하고 문신이 있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 그래도 남자들은 화장도 안 하고 네일도 안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