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20일째
세마나 산따 휴가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정말 미치겠다. 카드번호며 이름이며 주소를 몇번을 입력하는데 도대체 왜 안되는건지 국민카드놈들은 왜 지금 해외승인어쩌구를 설정하라는건지...... 도대체 문제가 뭔지라도 알고싶은데 이대로라면 비행기를 못타서 그냥 메데진에 남아있어야할듯.
+ 저녁 8시) 정말 엄청나게 험난하게 항공권을 예매하고(갈땐 비바콜롬비아, 올땐 라탐항공으로 호세마리아코르도바 공항에서 산따마르따 공항 직항이고 22만원가량 했다) 산따마르따 호텔(산따마르따 도착일이랑 투어 끝나고 이틀가량 해서 10만원정도)이랑 여행사 예약(역시 20만원가량)도 마쳤다. 흠 계산해보면 50넘게 썼네... 여기에 산따마르따 가서 타는 택시비나 밥값, 기념품정도까지 더하면 거의 60정도 나가지 않을까 싶다. 볼리비아 가는 것보다야 물론 싸게 먹히긴 했네.
콜롬비아에서 뭐 얼마나 살았다고 그래도 콜롬비아는 조금 덜 어색하고 겁나진 않는데 볼리비아는 심리적으로 되게 멀게 느껴지고 말도 못 알아들을 것 같고 가서 무지 험난할거같다. 역시 나중에 동혁이랑 같이 가야겠다. 만약 동혁이가 지금 옆에 있어서 같이 간다고 하면 신이 나서 비자받는 것도 다 하고 버스도 알아보고 열심히 할텐데 혼자라서 그런지 전혀 가고싶은 생각이 안 든다.
어쨌든 세마나산따 보낼 계획도 대강 완료했고 가기 전에 메데진에서 중간에 붕 뜬 3일가량의 호텔 예약도 했다. 참 이집은 방이 여러개인데 되게 안나간다 했더니 갑자기 이렇게 꽉 차다니 어이가 없네... 근데 내가 나가는 날짜부터 딱 붙여서 방이 예약된거+집주인 아는 사람이 묵으러 오는걸 보면 집주인이 이날부터 방 비니까 오라고 한 것 같다. 알게 뭐야. 어쨌든 호텔은 너무 비싸다. 그런데 도미토리같은데는 내 성격상 못 묵을 것 같다. 혼자 조용하게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어쨌든 이틀정도는 뽀블라도에서 통학이다. 토요일에는 그냥 호텔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지. 메데진에 사는 외국인이면서 빠르께 예라스에 아직도 안 가 봤다는게 조금 우습지만 내가 여기 놀러 온 것도 아닌데 메데진의 밤을 즐길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 그래도 밥 사먹기엔 좋겠지... 엠빠나다랑 부뉴엘로를 파는 노점이나 아니면 벨로드로모의 이중 철문이 달린 길가의 식당같은 그런 살벌한 분위기는 안 풍길테니까. 아니려나?
메데진도 남미 국가의 도시답게 시민들 간의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한 것 같다. 버스 타고 지나다니다 보면 특정 지역에서는 온몸이 때로 절고 헐렁한 옷을 입은 깡마른 아저씨들이 아마 폐품이나 쓰레기가 담겨 있을 커다랗고 더러운 부대를 어깨에 메고 돌아다니고 그 옆에는 리어카에 잡동사니가 쌓여있고 그 옆에는 씻은 지 오래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길가에서 그냥 잠들어 있고 막 그런 광경을 볼 수가 있다. 음 아니면 산안토니오에서 수라메리카나쪽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보면 길가에서 사는 노숙자들이라던지(숫자가 꽤 많아서 더 놀랍다) 막 베네수엘라에서 와서 어린 아기를 먹이기 위해 주전부리를 팔고 있다고 쓴 종이를 앞에 두고 손에 사탕 몇 개를 쥐고 길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라던지... 뽀블라도 중심가에서는 그런 건 상상도 못할 풍경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어쨌든 항공권 구매를 세번이나 실패하고 나서 간신히 성공했는데 그 후로 한 시간 동안 이메일로 아무것도 안 왔을때는 너무 걱정돼서 눈물까지 나고 난리였는데 동혁이랑 스카이프하고 나서 훨씬 나아졌다. 본인도 발표 준비하느라 밤 새서 힘들고 피곤할텐데 내 낌새가 안좋으니까 바로 통화해 줘서 고마웠다. 나같으면 선뜻 그렇게 상대에게 애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더욱 고맙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노력하고 싶어진다.
쪽지시험은 잘 봤는데 진짜 간단한 걸 빼먹고 그래서(특히 전치사 같은거) 조금 아쉽다. 점수에 목매달지 않으려고 하긴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걸 실수로 틀리면 마음이 아프다... 2차시험은 말하기테스트도 있는데 친구없는 내가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다. 엘모랑 얘기해야겠다. 영어는 딱히 누구랑 열심히 말하기 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연수를 다녀온 것도 아닌데 그냥 머릿속에서 번역 안하고 그냥 튀어나오게 말할 수 있는데 스페인어는 아직 그게 안되어서 오기가 생긴다. 근데 영어는 어떻게 그렇게 된거지..? 생각나는 건 미친듯이 워킹데드 본 기억밖에 없는데.
하여간 스트레스 받던 걸 거의 다 정리해서 마음이 놓인다. 이제 딴거엔 다 신경 끄고 열흘 남짓 남은 말하기 시험 준비나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