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18일째
오늘은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안티오키아 박물관(Museo de Antioquia)에 다녀왔다. 안좋은 기억을 남겨준 다른 박물관들하고 다르게 여긴 아주 좋았다. 구글맵스로 검색하니까 산안토니오에서 내려서 10분 걸어가라는데 왜인지..? 그냥 산안토니오에서 리네아 A로 갈아타서 빠르께 베리오에서 내리면 3분만 걸으면 된다. 가는 도중에 보테로 조각공원도 있고 엄청 커다란 조각들이 막 있어서 사람들이 사진찍고 있고 그랬다. 음... 입장료는 만팔천빼소이고 작품들이 현대미술관에 비해서 더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보테로 전 했던게 기억나는데 그때 안갔던걸 이번에 다 본듯. 보테로 작품 말고도 2층에 가면 안티오키아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전시해 놨는데 그것도 흥미로웠다. 20세기 초의 중요 인물들(라파엘 우리베 우리베 장군이라던지) 의 초상화, 당시 사람들의 생활, 원주민들의 모습 등등을 볼 수 있었다.
어학원 선생님이 꼭 보라고 추천했던 그림 Horizontes도 있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메데진의 뜨거운 태양과 이따금씩 부는 시원한 바람, 대낮의 열기,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새로운 보금자리(혹은 가족을 먹여살릴 농작물을 기를 일터)가 될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부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까를로스 꼬레아라는 작가의 작품들도 좋았다. 안티오키아 박물관에는 큰 그림보다는 신문 삽화처럼 펜으로 그린 작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죽음이나 삶의 허무함, 끊임없는 의구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래서인지 해골 모티브가 굉장히 많이 등장했다. 이 사람 그림은 지금 디자인에 써도 될법한 것들이었다. 보테로의 그림 중에는 라 꼴롬비아나랑 라 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 보고 나서 기념품샵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았다. 특히 엄마 사다드리면 좋아하실만한 것들... 일단 스카프 하나만 샀는데 집에 와서 풀어보니까 좀 별로인것같다. 그거 말고 가격때문에 조금 고민하다가 안 산 장난감이 있는데 한국 가기 전에 계속 생각나면 다시 가서 사야지.
그리고 발이 아픈데 (그거 몇천뻬소가 한국돈으로 얼마나 한다고)거지근성으로 꾸역꾸역 우버 안타고 지하철 타고 왔다. 오늘은 이상하게 표를 사는데 창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꾸 스페인어 잘하네, 돌아다닐때 조심해 뭐 이런얘기를 막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기분이 좋은건가? 뭐 어쨌든 집에오는길에 꼰수모에 들러서 아침에 먹을 요거트랑 과일 당근 파스타소스 등등을 사옴. 들어와서 번역봉사하고 점심먹고 나니까 비도 그쳤길래 빨래도 돌렸다.